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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l 29. 2024

40년째 영어공부 중

아들아~ 엄마를 부탁해~~

내 나이 50대 초반. 학창시절 교과목 중 언어영역과 예체능을 가장 좋아했다. 

내가 사회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비록 기초이지만 외국어 조금 할 줄 알고 음악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면 집단생활 하는데 있어서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별 특별한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보통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복'인것 같다.

 

외국어는 중학교 때 우연히? 영어듣기 평가를 100점 맞았던 것을 계기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나이가 될 때까지도 영어는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

직장에서 원어민과 같이 근무 했을 때는, 점심 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산책하면서 대화도하고 부족하나마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늘 친하게 지냈고 원거리 출퇴근 시에는 운전 중에 영어회화를 빼 놓지 않고 들었다. 또 가끔 공공기관에서 지역민 대상 영어학습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수강했고 한동안은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 원어민과 일주일에 3회씩 전화영어도 했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외국인과 얘기 할 기회가 생기면 큰 용기를 내어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영어와 접한 지 벌써 40년 이상이 되었고 누가 들으면 나의 영어 실력이 아주 유창하고 거의 원어민들과 프리토킹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부끄럽게도 나 자신을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 해  보자면, 겨우 초등 수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다른 사람들처럼 원어민과 마주하면 많이 긴장되고 혹시나 잘 못 말할까봐 속으로는 많이 걱정하기도 한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하자면, 

최근에 대학생 딸을 포함하여 우리 가족과 지인 몇 명이 호주를 함께 갔었는데 돌아오는 면세점에서 나이드신 일행이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다며 양털 슬리퍼 사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딸이랑 일행과 면세점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중국산이 아니면서 조카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는데 영어로 대화를 해야했다. 보통은 외국인과 대화 하게 될 경우 내가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했었고 이번에도 당연히 부족한 실력이지만 도움이 되고자 못 알아듣는것도 알아 들은 척하며 아는 단어들을 최대한 동원하여 의사표시를 했다.

점원 아가씨가 뭐라고 하는데 사실 다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며 이해한 척?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딸 아이가 갑자기 영어로 응대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잉? 깜짝 놀랐다! 

맨날 '철부지 막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오히려 '40년 이상 영어공부를 해 온 엄마가 그냥 심심해서 따라 온 막내딸에게 해외에서 영어로 도움을 받는다?!' 고 생각하니 새삼 놀라우면서도 조금 부끄러웠다. 

발음도 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근사하게 들렸다. 

그곳에도 찾는 사이즈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서 이번에는 딸에게 물어보라고 맡겼다. 그리고 결국 비슷한 것을 사는 것으로 해결했다. 일은 잘 마무리 되었으나 내가 진 것 같은 허한 느낌은 왜인지....


생각해 보면, 한참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한 때가 있었는데 원어민과 같이 근무하면서 수시로 물어보고 한국어도 가르쳐 주고 서로 배우면서 틈나는 대로 대화했던 그때가 가장 피크였던 것 같다.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고 승진을 앞둔 어느 해부터 많이 바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영어 공부를 뒤로 밀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깨달은 사실! 우리 나라 말도 자주 안쓰게 되는 단어는 기억이 잘 안 나고 말 주변도 없어지는 것처럼 영어도 마찬가지로 자주 듣고 따라하고, 말하면 할수록 실력이 나아지는 반면, 잠시라도 게을리 하면 단어나 문장까지도 긴가민가 잊어버리게 되고 발음도 꼬이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예전에 TV프로그램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집안의 모든 벽에 영어단어를 빽빽히 붙여놓고 외우면서 수시로 연습할 뿐만 아니라 일부러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거리로 나가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에게 봉사하면서 자신있게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나 존경스러웠고 부러웠다. 

언제든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 함에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건 공부 방법이 잘 못 되었거나 그만큼 노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 해 보면, 문법이나 문장 자체를 무조건 외웠었고 지금도 여전히 단어 해석에 집착하며 자연스럽게 듣고 유추하기보다 문장을 꼭 눈으로 보고 확인하려는 습관 등이 여전히 남아있어 아쉽게도 수준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나다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이제는 영어공부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작은 아들이 호주에서 2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돌아와서 몇 번 영어로 대화하자고 했으나 아직까지 한번도 시도 해 본적이 없다. 막상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끄럽기도하고 틀릴까봐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정작 눈 앞에 있는 문턱도 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소심함이란... 

한국사람은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마인드 때문에 영어를 잘 못한다는데 나도 같은 성향이 확실하다.


내내 생각만 하고 아직 시도 해 보지 못한 나의 꿈이 있다. 

1. 나의 영어 실력이 좋아져서 눈치 빠른 남편도 못 알아듣도록 아이들과 영어로 비밀 대화하기 

2.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을 지원 해 줄 수 있는 기관에서 근무하며 영어 실력 쌓기 


해마다 영어 관련해서 새해 계획을 세운다. 

팝송도 외워서 불러보고 짧은 영어 소설책도 읽어 보고 등등 그러나 여전히 똑같은 계획을 벌써 몇년 간 계속 세우고 있다.  

나의 게으름과 소심함을 멀리하고 좀 더 용기를 내야겠다. 하나씩 천천히!    

바로 앞에 있는 숙제(아들과 영어로 몇 마디씩이라도 대화 보기) 라도 먼저 시작해야지! 

다이어트도 제대로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나 다이어트 한다~'고 주변에 널리 알려야 나중에 창피해서라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데 나도 우리 가족에게 '엄마 영어회화 다시 시작한다~~'라고 소문을 내야겠다.

그리고 오늘 말고(오늘은 마음 준비부터 하고!) 내일부터 1일~ 1문장으로 다시 마음의 불씨를 태워봐야지!

아들아~~~~~~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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