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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때문에 도서관을 끊지 마세요! 제발요!

아이들이 발길을 끊는 첫번째 이유: 도서관 벌금

도서관 사용자들과 얼굴 붉힐 일은 사실 거의 없는 편입니다. 타운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지만 사용을 하는 순간에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내지 않기에 느낌상 공짜로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라서 그런지 작은 서비스에도 감사를 표시해 주시는 좋은 사용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도서관에 자주 오던 사용자들이 한 순간에 발길을 딱 끊게 되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도서관 벌금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되도록 많이 책을 빌려가려고 합니다. 다 공짜잖아요. 아이들은 책만 보면 다 빌려가고 싶어하거든요. 대부분 어른들이 숫자에 제한을 겁니다. 대여한 책을 잊지 않고 반납하는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아이의 방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책을 하나 놓쳤다던가, 도서관 책을 학교에 가져갔다가 두고 오는 경우가 생기다보면 벌금이 발생합니다. 어떤 경우는 그 책을 빌렸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대여창구에서 "난 그런 책을 빌린 적이 없다"며 우기는 사용자가 있기도 합니다. 각 도서관마다 도서관 사용에 제한을 받는 벌금 기준이 다릅니다. New York Public Library는 $20 이상이 되면 대여가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일하는 도서관은 $10로 조금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벌금 때문에 도서관에 발길을 끊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게 싫어서 저는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편입니다. "as long as the book returns" 일단 책이 문제없이 반납이 된다면야 overdue fine (늦게 반납해서 발생하는 벌금)에 대해선 waive (벌금을 부과하지 않음) 해 줍니다. 최근 몇 년동안 미국의 공공도서관들에서는 Fine Free policy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 정책)을 실험적으로 실행한 도서관들이 있습니다. 벌금으로 인한 도서관 수입보다 벌금을 부과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장점이 더 많다는 많은 사례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와 저희 도서관 관장님도 재작년 학회에서 여러 도서관의 사례발표를 듣고 Board meeting (이사회)에서 제안을 했었는데 Board member들이 망설이는 중에 팬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닫는 기간과 그 이후 curbside pickup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던 작년 일년동안 Fine Free policy를 자연스럽게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진 책의 경우는 무조껀 벌금을 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책이 도서관으로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 책을 다시 사야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분실된 책에 대한 벌금의 경우 원래 책값에다 processing fee가 포함된 가격을 매기게 됩니다. 책을 대여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표지를 씌우고, 바코드를 달고, 카달로그에 정보를 넣는 과정들을 말합니다. 현재 저희 도서관의 아동도서의 경우 분실된 책에 대한 벌금은 $20에서 $40 사이로 매겨집니다. 그럴때 또 저의 융통성이 발휘됩니다. 원래는 그러면 안되는데... 학부모들에게 Amazon에서 새 책을 사서 저에게 달라고 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벌금보다는 책만 사는게 더 싸니깐요. 그리곤 책을 카달로깅하시는 담당자분께 가져가서 시스템에 넣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학부모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합니다. 너무나 다행히 같이 일하는 스탭들이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셔서 본인들에겐 번거로운 일이지만 저의 부탁을 들어주십니다. 




도서관 벌금과 관련한 두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1. 

현재 도서관으로 옮겨온 지 얼마 안되었을때 저의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던 한 학부모님이 계셨어요. 연년생 두 명의 딸들을 열심히 데려오시던 그 분이 하루는 3학년 큰 딸과 같이 오셨어요. 3학년 아이가 책을 빌리고 싶어하는데 엄마가 안된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카드에 벌금이 있다는 거예요. 책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자기는 분명 리턴한거 같다고 하셨어요. 엄마의 회원카드로 들어가서 기록을 봤는데 반납하지 않으신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책이기 때문에 혹 정말로 반납을 하셨고 직원의 실수로 바코드가 스캔이 안 되었을지언정 몇 년동안 다른 아이가 그 책을 빌려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책이었어요. 만약 다른 아이가 그 책을 빌려가게되면 바코드를 스캔함과 동시에 그 책의 반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동으로 그 분의 어카운트에서 그 책이 없어지거든요. 


아이가 그렇게나 책을 빌려가고 싶어하는데 안된다고 하시는 엄마에게 함부로 충고할 수 없어서 말을 못했지만 사실 정말 답답했어요. 벌금 $30을 내고 앞으로 세 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실컷 책을 빌려간다면 $300이 아니라 $3000, $30000의 이익을 얻으시는건데 왜 그 돈을 아까워하실까... 그리고 며칠전 그 엄마에게 한 명의 딸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사실 그 엄마가 주택에 살기에 property tax (재산세)에서 일부를 이미 도서관에 내고 계신거거든요. 그런데 네 명의 딸들이 그 $30 때문에 도서관 활용을 못하고 있다니... 이미 내고 계신 세금에 대한 혜택을 못 누리고 계시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도서관은 책을 빌릴때마다 영수증에 "당신이 오늘 빌려간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림으로 ...를 절약하셨습니다. 올 한해 동안 절약하신 금액은 ... 입니다"라는 메세지가 적혀있어요. 진심으로 그 엄마에게 그 메세지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2.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예요. 저희 타운에 싱글맘으로 아들을 어렵게 키우고 계신 한 엄마가 계세요. 도서관을 열심히 방문하시던 이 엄마도 책 한권때문에 도서관에 발길을 딱 끊으셨어요. Amazon에서 사면 $5에 살 수 있는 책을 잃어버리셨고 제가 원래 벌금인 $20 대신 Amazon에서 사서 저에게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그것조차도 부담이 되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그 다음부턴 도서관에 아예 오질 않으셨어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사실 아이들이 책을 읽겠다고하면 실컷 사 줄 수 있는 가정에서는 도서관이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이 아이에겐 정말 도서관이 필요한데...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저도 도서관의 업무로 바쁘게 지내면서 그 아이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몇 주 전 퇴근길에 그 모자를 길에서 마주쳤어요. (저희 동네는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눈에 뛸 수 밖에 없답니다.) 길 가운데서 차를 세울 수도 없고 또 차를 세우고 말을 건다고해서 어떻게 설득할 방법이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집에 가서도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다음날 도서관 관장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벌금을 waive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5 때문에 그 아이를 도서관에서 볼 수 없다는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씀드렸어요. 관장님은 긴 도서관 근무기간동안 예외를 별로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의 눈물에 설득되었다고 하셨어요. (저야말로 $5에 왜 눈물을 찔끔 흘렸을까요. 그냥 내가 $5주고 그 책 사서 기증하면 되는데...) 문제는 아이의 이름은 알지만 엄마의 이름을 몰라서 그 엄마의 어카운트를 찾을 수 없다는 건데... 저희 도서관에는 타운의 모든 사정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이름의 스펠링까지 기억하는 대단한 secretary가 계시답니다. 그 분께서 엄마의 어카운트를 찾아주셨어요. 벌금을 제하고 정보에 나와있는 이메일로 제가 "잃어버렸던 책을 찾았다"는 사과의 편지를 보냈어요. 


편지를 보낸지 며칠째인데 아직 그 아이는 도서관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직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혹여, 첫번째 케이스는 왜 waive해 주지 않았냐고... 집 가진 엄마라고 경제력으로 역차별하는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텐데 제가 근무하기 전에 생겼던 일에 대해서 제 권한으로 waive를 하게 되면 그 엄마가 다음에 다른 문제가 있을때 다른 직원들은 무시하고 저에게 와서 해결을 하려고 하게 되고 그렇게되면 몇 년동안 그 책 한권으로 그 엄마와 다투었던 직원들의 권한을 낮추게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기회가 생길때마다 학부모님들께 제안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책을 분실하지 않고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 책을 따로 모아두는 박스나 배스킷을 만들라고요. 뒤에 바코드가 찍힌 책을 도서관 책으로 인식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입니다. 어릴때부터 올바른 도서관 활용법을 배우는 것은 평생에 써 먹을 수 있는 귀한 지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 자녀들이 도서관 책을 분실하거나 훼손했다고 너무 크게 야단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이 책과 도서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보다 더 큰 손해는 없습니다. 그건 돈으로 환산하자면 잃어버린 책의 몇 백배, 몇 천배에 해당하는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는 주되 도서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나무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벌금때문에 도서관을 끊어버리지 마세요. 제발요! 자녀들의 평생의 친구를 제발 빼앗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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