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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수학도 가르쳐 드립니다

고등학생 발런티어들로 운영되는 도서관 프로그램

미국의 7-8월은 여름방학으로 도서관이 활기차게 운영됩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책읽기가 중요한 학과 과정이기에 방학이 되어도 책읽기를 쉬지 않게 하려는 연장선에서 도서관의 Summer Reading은 이루어집니다.


책의 숫자 혹은 책을 읽은 시간을 재서 시상을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유치하게 보이지만 이런 직접적인 동기부여로 책읽기를 쉬지 않게 하려는 노력입니다. 저희 도서관도 Beanstack이란 앱을 사용해서 읽은 책을 기록하게 하고 그에 따른 시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스토리타임이나 북클럽을 통해 책 자체에 흥미를 갖게 함으로 근본적인 동기부여를 하려는 의도입니다. 책읽기가 공부가 아니라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해 여름방학엔 특별한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썼듯 펜데믹 기간동안 학습격차가 벌어진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고등학생 발런티어들과 일대일로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한 것입니다.


Reading Buddies, Math Buddies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3시부터 5시까지 매 30분마다 학생들이 Zoom 미팅룸에 조인을 하고 제가 발런티어들과 학생들을 일대일로 breakout room에 배정을 하게 됩니다. 발런티어들은 월요일은 책읽기, 금요일은 수학공부를 도와줍니다. 


책읽기를 Zoom으로 같이 한다는게 상상이 안되시겠지만 요즘은 아이들 동화책도 E-book 으로 되어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저희 도서관의 E-book 카달로그를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고 그 책을 발런티어가 다운받아서 sharescreen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이 읽던지 아니면 발런티어가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수학의 경우 제가 워크북을 만들어서 각각 학생들과 발런티어들에게 주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그 전 주에 숙제로 내 준 페이지를 점검하고 틀린 것을 수정하고 그 다음주까지 해야할 숙제를 내 줍니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에게 Community Service (봉사활동)은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활동입니다. 다양한 단체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봄부터 신청서가 몰려듭니다. 


사실 발런티어에게 업무를 주고 그 일을 잘 했는지 챙기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기에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런티어가 와도 거절을 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한 달 안에 20시간을 채워야하는 급한 학생이 사정사정하는 경우엔 저도 마음이 약해선 받아주기도 합니다. 그런 친구한테 일 주는거 진짜 어렵습니다. 제가 까다로운 사람이라 절대로 그냥 탱자탱자 놀면서 시간을 떼우도록 내버려두지 않거든요. 발런티어 활동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잠시 맛보기하는것인데 요령을 가르쳐주는 기회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근무 시간이나 업무를 정확히 하다보니 이젠 근처 학교에 소문이 나서 대충 시간을 떼우려는 발런티어들은 아예 신청을 하지 않고 도서관 업무에 진지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모여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Buddies 프로그램에는 총 11명의 발런티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30분간의 수업을 끝내고 난 후 표정이 밝습니다. 나름 공부를 한 건데 그런 표정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재밋다고 해요. 고등학생 형이나 언니와의 시간이 좋았나봅니다. Buddies 프로그램을 한 세션 마치고 발런티어들에게도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높습니다. 


발런티어들에게도 자신들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중요합니다. 해야할 일을 정확히 설명해주고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제공해줘야 합니다. 발런티어는 돈을 받고 근무하는 업무에 비해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런티어들의 편의를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스케쥴을 무리하지 않게 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대충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 Buddies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에 Volunteer Orientation을 Zoom으로 진행하면서 Buddies 프로그램을 기획한 취지에 대해 같이 나누면서 동기부여를 했습니다. 또한, Reading Buddies를 맡은 학생들에게는 E-book을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해야하는 질문들을 미리 뽑아서 알려주었습니다. Math Buddies의 경우에는 워크북을 학년 별로 제가 만들었는데 답이 있는 워크북을 미리 발런티어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매 세션마다 해야할 레슨플랜을 구체적으로 짜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로보트처럼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guideline만 따라야한다고 하지 않고 자율성을 허락해 줌으로 스스로 능동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격려했습니다. (남편이 제가 남한테 일 시키는 것은 기가 막히게 잘 한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자주 하기는 합니다. ^^;) 




사실 도서관은 발런티어가 없이는 운영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희 도서관에도 20년 넘게 매 주 오셔서 망가진 책을 고치고 (제가 "북닥터"라고 불러드렸었어요) 새 책의 북커버를 입혀주시던 귀한 발런티어가 계셨어요. 과거형인 이유는 작년 코비드 때 돌아가셨답니다. 너무나 슬픈 일이었어요. 


또한 성인 프로그램 중 ESL 수업이 있는데 은퇴하신 영어선생님의 발런티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서가 할 수 없는 업무를 도와주시는 분이시죠.


저와 함께 일했던 고등학생들 중 학교에서 정해준 시간의 봉사활동이 끝났음에도 발런티어를 계속 하겠다고 하는 이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도서관에서 했던 업무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도서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제 업무를 도와줬던 것 이상으로 저에겐 큰 보람입니다. 남은 여름방학 동안도 고등학생 발런티어들과 즐겁고 보람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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