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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자녀가 그림책을 졸업할 필요는 없습니다

New York Times에 실린 기사 소개


방금 열변을 토하는 포스팅을 하나 올리고 나서 관련된 글로 예전에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팅을 가져와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자 (글을 올렸던 2021년 2월 21일) 뉴욕타임즈에 난 기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몇년전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후 수많은 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친 "How to Raise a Reader"라는 기사를 쓴 Pamela Paul이 쓴 기사입니다. Pamela Paul은 New York Times에서 북리뷰 기사를 쓰는 editor입니다. 

https://www.nytimes.com/guides/books/how-to-raise-a-reader


오늘 소개할 기사의 제목은 "Your Kids Arent's Too Old for Picture Books, and Neither Are You"입니다. 기사를 다 읽고 나서 혼자서 "아멘"을 열번은 외친것 같아요 ^^; 

https://www.nytimes.com/2021/02/20/opinion/sunday/picture-books-reading.html


기사의 주제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가끔 제가 학부모 세미나를 하기도 합니다. 기사의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 제 개인적인 경험도 나누도록 할께요. 




기사 정리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이제 그림책은 졸업했어요" 라는 말을 할때는 자신있게 합니다. 자녀가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이제는 그림을 의지하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안됐어." 그림책은 결코 졸업할 수도, 졸업할 필요도 없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들은 갓난아기들이 읽는 보드북에서 제대로 된 소설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책으로 간과하기 쉽습니다. 아직 글을 못 읽는 유아들에게 어른들이 자기 전에 읽어주거나 교실에서 스토리타임에나 읽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그림책들은 4세에서 8세에게 맞춰져있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너무 좁은 연령 대상입니다. 공교육에서 글자를 배우는 학년 기준이 점점 낮춰지다보니 유치원생들 중에서도 스스로 글을 읽는 아이들이 생기는 요즘의 현실에서는 Dr. Seuss의 책처럼 글자를 읽을수 있도록 훈련하는 단계의 책으로만 인식되어지기가 쉽습니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아이들이 내가 읽어주는 말에만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그림에도 같이 반응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작가와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의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어떤 부분은 글로는 표현되어 있지 않은 디테일들이 있어서 독자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페이지의 글을 다 읽었음에도 아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하고,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Visual Literacy"라고 부릅니다. 시각정보를 이해하고 쌍방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점점 더 시각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에 우리 아이들에게 시각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적극적인 의미를 찾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창의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합니다. 그림책은 이런 Visual Literacy를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교육용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읽기 훈련을 위해 디자인된 책을 "Early Readers"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아마 "I Can Read"시리즈 등이 잘 알려진 Early Readers 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달리 "Early Readers"에 비해 그림책에는 어려운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특별히 언어 학습을 위한 읽기가 아닌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권장한다면 그림책에 나오는 아름다운 미사여구들과 각 페이지의 장면을 적확하게 묘사한 단어들을 읽는 것은 아이들이 다양한 단어에 노출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2019년에 Scholastic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6-8세의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의 55퍼센트 중 단 11퍼센트만 15-16세가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성장한다는 슬픈 결과가 있습니다. 특별히 그림책을 빨리 떼고 챕터북으로 넘어가려는 요즘의 추세가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쓴 블로그에 이 설문조사에 대한 자세한 리포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쓴 포스팅에서도 오늘 기사와 소름돋을만큼 거의 비슷한 의견을 내 놓았었습니다. 관련포스팅: https://blog.naver.com/imulberry/221537735677)


요즘 출판시장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에 뺐긴 관심을 돌려보고자 출판사들은 만화책의 형식으로 위인전이나 넌픽션책, 백과사전 등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스트셀러인 많은 책들이 graphic novel인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여전히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그림책은 정식책이 아닌것처럼 치부하면서 너무 일찍 그림책을 졸업시키고 챕터북으로 넘어가도록 강요하지 말아야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성인인 나에게도 여전히 그림책은 많은 생각할 꺼리를 주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어릴때 읽었던 그림책을 다시 보아도 새로운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독자에 따라 그 의미와 깊이가 확장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책이 바로 그림책입니다. 나는 11살, 14살인 나의 자녀들과 그림책을 같이 읽고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따라 그리는 것을 즐깁니다. 나의 아이들이 여전히 그림책을 읽고싶어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한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이 기사의 거의 모든 단락에서 "아멘"을 외쳤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권위있는 New York Times의 기사에 실렸으니 많은 학부모들이 이 기사를 읽고 저의 생각에 동의해주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저는 글이 없는 wordless book을 사랑하는데 초등 2~3학년들과 wordless book으로 스토리타임을 했을때 그림책 한 권으로 한시간동안 한적도 있습니다. 어떤 wordless book들은 왠만한 챕터북보다 내용이 깊이있고 생각할 꺼리를 남겨주기도 합니다. 


점점 챕터북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이다보니 출판사들도 그런 극성맞은 학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쉬운 챕터북 시리즈들을 출판하는 추세인데 그렇게 출판된 초등 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챕터북의 경우 내용이 그림책보다 더 유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문자적으로만 읽는데만 급급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특별히 한국학생들의 경우 취학전부터 글을 술술 읽는 아이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개탄할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핀란드처럼 유치원때는 글자를 가르칠 수 없도록 강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한국에 있는 나의 두 조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1학년 입학했는데 반에서 혼자만 한글을 모르면 안되는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그 현실이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오바마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찬양하더니 이 영향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미국도 유치원이 마칠때까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바뀌었습니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학부모들이 아름답고 내용이 깊이가 있는 그림책들을 뒤로하고 leveled book만 찾을때 답답합니다. 심지어 Early Readers책들은 기껏해야 4~5불밖에 안하는데 좋은 그림책들은 대부분 hardcover로 출판되기 때문에 20불 이상이거든요. 이왕 도서관에 책을 공짜로 빌리러 온 거면 경제원리에 맞게 비싼 그림책을 빌려갔으면 하는게 제 심정입니다. 쇼핑할때는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기위해 엄청난 잔머리를 굴리는데... 도서관에서 책 빌릴때도 비싼 책을 빌렸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 안타까워하던 현실에서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귀한 기사를 써 주어서 정말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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