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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의 최애 그림책 One Little Bag

글없는 그림책 "One Little Bag" 리뷰

좋아하는 글없는 그림책 "Flotsam"을 소개한 김에 2020년에 제가 읽었던 그림책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의 소개가 어떤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미국에서 출판되는 많은 그림책을 꼼꼼히 읽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근무하는 뉴저지는 뉴욕 공공도서관처럼 한 개의 큰 도서관 시스템 밑에 브랜치들이 있지 않고 각각의 타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들이 흩어져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카달로그 시스템을 공유하고 각자의 책들도 서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각 타운 도서관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끼리 committee를 만들어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뉴저지로 옮겨온 2018년부터 저는 Mock Caldecott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일년동안 미국에서 출판되는 그림책들을 리뷰하면서 내년에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하는 칼데콧상의 수상작들을 예상해보는 모임이예요. 그 모임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림책들을 많이 구입하고 또 사서들의 전문잡지를 통해 리뷰도 꼼꼼히 챙겨보는 편입니다. 오늘 추천하는 책은 작년 2020년에 출판된 그림책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책입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요. (연례행사로 사서들끼리 모여서 모의 칼데콧 시상을 하는데 제가 그때 이 책을 발표했어요. 각자 추천책 발표 후 투표를 하는데 나름 3등 했었거든요. 제가 발표를 잘 한 덕분이었겠죠? ㅎㅎ)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글을 그대로 옮겨오려고 하는데요. 당시엔 제가 글을 반말체로 썼던지라 소개글과 글의 톤이 달라도 이해해주세요. 




2020년에 출판된 동화책 중에 일러스트레이션이 이쁜 책들이 참 많았다. 다음에 천천히 그런 책들을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 중에서 내가 최고로 좋아한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된 이 책은 스토리가 시작하기도 전에 큰 나무숲에서 종이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백은 작은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산 손전등을 담아서 한 소년의 집에 오게 된다. 


그 종이백은 한 소년의 런치백으로, 다른 여러 물건들을 담는 컨테이너로 사용된다. 소년이 성장해서 대학교를 진학할때도 동행하는 종이백은 악보를 담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쿠키를 나눠먹을때도 사용되고 결국은 프로포즈 반지를 담기도 한다. 결혼식에서는 플라워걸이 꽃가루를 담아 뿌리기도 한다. 


사랑스런 가정을 이룬 두 사람에게 아이가 태어나고 종이백은 아기침대 위 모빌로 변신한다. 그리고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여러 물건들을 담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종이백은 3대에 걸쳐 가족들의 물건을 담는 컨테이너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용도로 사용되다 많은 추억을 남긴채 마지막을 맞이한다. 새로운 나무의 묘목을 담고 땅에 심겨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톤은 따뜻하다. 한 종이백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가족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의 역사를 돌아보며 작은 디테일들을 꼼꼼히 보고 있으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할머니, 할어버지가 손자, 손녀와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이 책은 삶의 많은 변화들 가운데서도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Covid-19으로 잠깐 세상이 멈추고 모든 일상이 예전같지 않던 2020년이었지만 가족, 친구와 함께 나누는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종이백 하나를 낭비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지구를 건강하게 할수 있다는 가치 또한 변하지 않는다. 자연친화적인 생각과 실천은 곧 내 미래의 아이들에게 아름다은 지구를 물려주고 싶다는 사랑의 마음에서 출발하는것이 아닐까? 


또한 이 책은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그 안에 추억이 있을때는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도 보여준다. 어릴때부터 오랫동안 사용한 종이백을 대학교까지 가지고 간다는 설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그 종이백 안에 담긴 추억들을 담아서 가지고 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모든 것이 재화의 가치로 평가되는 물질만능의 현실을 잠시 벗어나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많은 것을 쟁여두고 근심하며 살고 싶지 않게 만들어 준 책이다. 소박하고 심플하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종이에 가는 펜을 이용해서 그렸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심플한 재료를 사용했기에 이야기의 주제에도 잘 맞는다. 책 전체가 흑백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되어있는데 종이백만 갈색으로, 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추가되는 종이백 위의 하트만 빨간색으로 색칠했다. 글이 없는 책이지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이 되고 도리어 어떤 디테일들은 독자에 따라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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