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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생긴 형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는 책 추천 서비스

팬데믹 직후에 은퇴하신 전 동료가 도서관에 오셨어요. 옆 집 이웃이 둘째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형에게 동화책을 사 주고 싶다면서 그림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구체적인 reference question이 오면 당황합니다. 질문 받자마자 바로 원하는 책 제목이 딱 나오는 AI가 아니기에 조금은 시간이 필요해요.


일단 제일 먼저 생각나는 책 한권이 중요해요. 생각이 안나면 구글에다 "picture books about a new sibling"으로 검색을 해 보아도 좋아요. 머릿속에 떠오른 저의 첫 anchor book은 Joanna Cole이 쓴 "I Am a Big Brother"라는 책이었어요. The Magic School Bus 시리즈로 잘 알려진 Joanna Cole은 Big Brother, Big Sister 를 시리즈로 썼거든요.


결과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았어요. 오래된 책이기도 하고 내용이 너무 직접적이라고해야하나? 조금 더 이야기가 있는 책을 추천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다음 책은 어떻게 선택할까요? 우선 저는 저희 도서관 카달로그로 갑니다. 거기서 위의 책을 찾아요. 책의 정보란에 Subject가 있거든요. 



보통 "Subject Heading", "Subject Term", "Index Term"이라고 말하는데요. 책이나 논문의 주제를 말하는 거예요. 거기서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이 있는지를 찾아보는거예요. 리스트가 나오면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책은 물론 제가 결정해야하겠지요. AI가 완벽하게 제 맘에 쏙 들지는 않더라고요. 카달로그에서도 제 맘에 드는 책이 발견되지 않으면 amazon.com의 추천리스트에 기대봅니다.




이렇게 해서 추천한 책....은 (두둥) 마지막에 소개하기로 하고요. 그 전에 같은 주제의 다른 책들을 몇 권 소개할께요.




Kevin Henkes의 책은 다 좋아요. 픽션도 좋아합니다.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이셔서 신간이 나오면 무조껀 읽습니다. 남동생이 생긴 누나의 심술이 너무 잘 묘사가 되어있어요. 사랑스러운 동화책이지만 주인공이 형이 아니고 누나라서 패스! 남동생이 생긴 형에게 선물할 책이라서요.




자신이 어릴때 쓰던 의자를 여동생에게 물려주기 위해 핑크색으로 페인트칠하는 아빠에 상처받은 Peter는 가출을 합니다. 동생을 질투하는 오빠의 혼잣말이 너무 귀여운 동화책이예요. 너무 유명한 책이라 패스!




영화로 만들어진 "The Boss Baby"라는 책과 비슷한 컨셉의 책인데요. 처음엔 자기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춰주던 부모에게서 왕처럼 대접을 받던 아기가 자라고 동생에게 그 관심이 뺐긴다는 이야기예요. 마지막 페이지에서 Queen Baby가 딱 나타나는게 펀치라인이죠. 너무 웃긴 책인데 사실 아이들보다는 어른이나 아니면 이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초등학생들이 더 재밋게 읽을만한 책이라서 패스!




짜짠! 그렇게 해서 제가 이번에 추천한 그림책입니다. 호주의 작가 Mem Fox는 제가 너무나 애정하는 작가예요. 그녀의 책을 아기들 스토리타임에서 자주 읽어주고 있어요. 2019년에 출판된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Jane Dyer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요. Jane은 보통은 물감으로 작업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특이하게 인형에다 사진을 찍어서 작업했어요.


북극곰 Roly Poly는 외동인게 너무 좋아요. 침대도 혼자 독차지하고 바다 코끼리 이빨 장난감도 혼자서 가지고 놀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남동생 Monty가 태어납니다. 원하지도 않던 남동생으로 인해 많은 것을 나누어야하는 Roly Poly는 정작 Monty가 어려움에 처할때 어떻게 할까요?


이왕이면 최근에 출판된 그림책을 추천해주고 싶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이 형-남동생이기에 선물받는 아이의 상황과도 잘 맞았어요. 그리고 일단 일러스트레이션이 너무 이뻐요. 망설임없이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선물받는 아이가 좋아하면 좋겠네요.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는 어려운 만큼 또 보람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내가 추천한 책을 가지고 도서관을 떠났는데 뒤늦게 다른 더 좋은 책이 생각이 나는 아차! 싶은 시행착오를 여러번 거치고나서야 다음에 다른 사용자가 같은 질문을 했을때 더 나아진 답변을 해 줄수 있어요. 도서관 사용자의 필요에 딱 맞춘 추천 서비스는 그만큼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저의 어시스턴트가 새로 뽑혔어요. 업무 교육을 할때 "reference service는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근무 초반에 의욕에 넘쳐서 잘할수 있는 성격의 업무가 아니거든요.


경험 뿐 아니라 다른 사서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할 필요도 있습니다. AI가 해 줄수 없는 답변을 Social media의 사서 그룹의 멤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자기 일처럼 열심히 도와주는 (정말 사서들은 기본적으로 오지랍이 넓어요) 동료들이 큰 힘이 됩니다.


저만의 방법으로 노력도 하고 있어요. 일단 책을 구입할 때부터 그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를 상상하면서 주문합니다. 주문한 책이 도서관에 도착하면 새 책 코너에 전시하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본 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어요. 신간을 부지런히 읽고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하는것 같아요.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connector로 책에 대한 열정과 독자에 대한 애정이 "추천 서비스"로 열매맺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열심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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