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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음"에는 지나침이 없다

Diversity & Inclusion은 의식적 실천이 반복되어야한다


3세 아이 하나를 소개할께요. 엄마와 함께 제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스토리타임에 제가 Baby Shark 음악을 틀면 반주가 나오자마자 일어나서 신나게 춤을 추는 아이예요. 책 읽을때는 제 얼굴과 책을 뚫어지게 바라보고요. 프로그램 중에 제가 해야할 활동을 알려주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따라하는 아이예요.


(임의로 사랑이라고 부를께요.) 사랑이는 팬데믹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Zoom에서 Preschool Time (3~4세를 위한 스토리타임)에 참석했어요. 매 주 한 알파벳을 소개하고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주제인 책을 2~3권을 읽고, 공작활동을 하는 수업입니다. 공작활동을 무척 좋아하는 사랑이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지난달부터 Preschool Time을 Zoom이 아닌 야외에서 하게 되었어요. 장소는 달라졌지만 프로그램의 포맷은 변하지 않았어요. 책 읽기가 끝나고 공작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풀이나 가위를 제가 나눠주지 않고 일부러 한 10피트 떨어진 의자에 두고 가지러 가게 했어요. 아이들도 몸을 좀 움직여야할 것 같아서 운동을 좀 시키려고요. 신나는 음악을 틀고 제가 아이들에게 가서 팔꿈치를 부딪치는걸로 신호를 줍니다. (Elbow bump이라고 해요.) 아이들 간의 거리유지를 지켜야하니 시간 간격을 두고 Elbow bump을 합니다.


풀과 가위가 있는 의자에는 동료가 계셔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가위를 쥐고 (안전가위이긴하지만 손잡이를 드는게 아니라 칼날을 손에 쥐고 걸어갈수있게 해야합니다.) 갈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지난주 프로그램이 끝나고 동료가 제게 물었어요. "사랑이의 한 손에 엄지손가락이 없다는거 알고있어?"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어요. Zoom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때 화면에 손가락이 클로즈업된 적이 없었고 야외에서 프로그램을 몇 번 했어도 몰랐어요. 동료는 가위와 풀을 가지고 갈때 옆에서 도와주면서 보게 된거였죠. 그리고 이번주 프로그램을 할 때에야 사랑이의 손을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왼손의 엄지 손가락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오른손으로 가위질도 하고 아무 어려움없이 공작활동을 했어요. 엄마가 참 놀라운게 사랑이가 어려워한다고 자신이 대신 해 주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모든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더라고요.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어요. 작년에는 사랑이가 2-3세 아이들이 참석하는 Toddler Time에 참석했었어요. 유아들의 스토리타임에는 루틴이 있는데요. 같은 헬로우송과 굿바이송을 부르고 중간에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Elizabeth Mitchell의 "Sunny Day"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제가 만든 손가락 유희를 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a4FcshZAtiU&list=OLAK5uy_kWJ0p9VR8axf0-AOjyRXUSCBBTo-uQosw


손가락 유희가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서 (영어로는 wiggle이라고 하지요) 율동을 하기 때문에 1절과 2절 중간에 간주가 나올때 제가 항상 같은 말을 하면서 손가락을 꼬물거리도록 해요. "Stretch your arms. Show me your hands. How many fingers do we have? Yes, we are so blessed that you have ten little fingers." 이렇게 말하거든요.


1년 넘게 Toddler Time에 참석하면서 제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열 손가락을 꼬물거리라고 할때마다 사랑이 엄마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열손가락이 있는걸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는 저에게 섭섭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너무 미안한 마음에 오열을 하고 말았어요.


옆에서 달래주던 남편은 아닐꺼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꾸준히 나의 프로그램에 참석하지는 않았을꺼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랑이 엄마는 강하다고. 그러니 사랑이를 그렇게 구김살없이 키운거라고 달래주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어요.




Diversity & Inclusion은 요즘 미국에서 자주 들을수있는 표현입니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를 포함하는 정책을 실현한다는 뜻입니다. 도서관에서도 특별히 강조하는 컨셉이기도 합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동안 New Jersey Library Association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컨퍼런스에서도 Diversity & Inclusion을 바탕으로 한 주제들이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Black Lives Matter"와 "Stop Asian hate"을 거쳐간 한 해를 지나다보니 특별히 강조되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타인을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이도 불편하게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인 가정이 처음 교회를 갔을때 그들을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백인 소년을 판단하거나 나무랄수없는것은 그 소년에게는 자신과 다르게 생긴 동양 아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iversity는 자신과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져야하고 Inclusion은 교육을 통해 배우고 의식적인 실천을 해 보아야합니다.


도서관에서 언제나 Diversity & Inclusion을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left out" (소외)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던것이 아닌가해서 너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다음날 출근해서 동료에게 위의 쓴 기억을 얘기해주었어요. (말하면서 또 펑펑 울고요.) 동료는 지금처럼 다른 아이들과 차별없이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엄마도 그렇게 대해주는걸 더 좋아할꺼라고요. 하지만 전

언젠가 사랑이 엄마와 단 둘이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과를 하고 싶고, 또 섭섭해하지 않고 꾸준히 프로그램에 참석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몇 년동안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씩씩하게 사랑이를 키워낸 엄마가 존경스럽다는 얘기도 하고 싶어요.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려깊음"은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하지만 의식적인 실천과 습관화를 위한 반복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대하는 사람으로 지금보다 더 고민해야하고요.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교훈이 앞으로 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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