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Journal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서상
미국 도서관 사서들이 가장 많이 보는 전문잡지 중 하나가 Library Journal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년 Library Journal에서는 "Movers and Shakers"라는 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의 사서들 중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도서관 서비스를 향상시킨 사서들에게 시상하는 상입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동안 도서관은 평소와는 다른 접근방법으로 사용자에게 다가서는 서비스를 생각해내야 했습니다. 또한,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했습니다. 온라인학습으로 전환한 학교도서관의 경우 온라인자료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로 교육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최선의 노력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Movers and Shakers"는 특별히 느껴집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사서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관심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에 발표된 수상자들의 기사를 6개월이나 지나 이제서야 읽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포스팅의 마지막에 언급하기로 하고 총 46명의 사서들 중 저에게 흥미로웠던 몇 분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전체 리스트는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libraryjournal.com/page/movers-and-shakers-2021
Carmi Parker, ILS Administrator / Whatcom County Library System, WA (ILS란 Intergrated Library System의 약자로 카탈로깅이나 대여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여러 도서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부르는 말입니다.)
2019년에 Macmillan 출판사는 공공도서관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합니다. 자신의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책의 E-book을 출판 첫 8주 동안은 공공도서관에는 단 한 권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공공도서관이 신간의 E-book을 많이 가지고 있게 되면 프린트 버전의 책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습니다. 공공도서관과 출판사는 경쟁 관계인 적이 없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예상되는 책의 경우 당연히 도서관은 여러 권을 사서 출판일에 맞춰 대여를 시작합니다. 출판사가 공공도서관에 책을 판매하는 양도 무시할 수 없는 판매부수인데다 도리어 대여를 많이 하게 되면 그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왜 하필 E-book에만 차별을 둔 것이었을까요? 많은 도서관들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Microsoft에서 12년을 근무한 후 도서관 사서가 된 (왜???????) Carmi Parker는 이 Macmillan의 Embargo (통상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Macmillan의 결정에 대한 보이콧을 주도했습니다. 데이터 전문가답게 공동도서관의 E-book이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통계로 접근했고, 뉴스레터를 전국적으로 배포함으로 이 이슈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도왔습니다. 그녀의 헌신으로 미국 전지역의 1200개의 공공도서관이 함께 보이콧을 진행함으로 결국 Macmillan의 엠바고 철폐를 이끌어냈습니다.
학부도 도서관학 (미국은 학부에 도서관학이 없지만), 대학원도 도서관학을 전공한 사서들만 모여있는 specialists의 집단이라면 해낼 수 없었을 성공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Hybrid의 파워입니다. 정상의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왜 사서가 되었냐는 질문을 (전적으로 수입의 관점에서만) 했던 제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가 도서관업계에 들어와주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제는 다양한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내는 시너지가 필요한 융합의 시대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도서관과 출판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디지털 자료의 대여 방법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통합적 전문 능력을 갖춘 전문가이자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리더로 Movers and Shakers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Christina Jupp Grove, Library Manager, Mobile and Outreach Services / Alameda County Library, Fremont, CA
Outreach Librarian이란 포지션이 있어요. 도서관 건물 밖에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를 말합니다. 커뮤니티 내의 보육시설, 시니어 센터 등의 단체와 협력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으로 찾아오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사용자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도 하는 포지션이예요. 상당히 적극적으로 업무를 스스로 찾아서 해야하는 포지션이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사명감 가득한 사서들이라는 생각에 타이틀만으로도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는 포지션입니다.
Christina는 펜데믹 기간동안 Mobile Library (자동차 도서관)을 직접 디자인해서 도서관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층 지역과 청소년 재활센터에 보냈습니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접근에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아예 미니 도서관을 그 지역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원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락다운 기간동안 외로움을 느끼는 사용자들에게 전화 서비스를 시작해서 10달동안 200여통의 전화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재작년 락다운 기간동안 집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웨비나만 주구장창 들으면서 근무시간을 때웠던 제가 부끄러워지게 한 그녀의 적극적인 고객서비스에 존경을 표합니다.
Amanda Jones, Teacher-Librarian / Live Oak Middle Library, Watson, LA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자마자 Amanda는 자신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virtual tour를 시작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여행부터 화성 탐사 로봇, 네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학교 커리큘럼 기준에 맞춘 레벨로 50여개 이상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virtual author visit (비대면 작가와의 만남)과 학부모님들에게 락다운 기간동안 도움이 될 자료를 모은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학교 도서관 사서로의 업무 뿐 아니라 다른 사서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입니다. 15개국의 나라의 학교 사서들이 참석하는 웨비나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락다운이 시작되자마자 온라인 수업으로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건 Amanda 자신이 컴퓨터 활용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이 아는 사람이 사서인것이 아니라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사서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때마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적용했기에 위기에 빨리 대응할 수 있었을 꺼예요. 한번 더 강조하게 되는 거지만 그래서 Hybrid가 중요해요!
Kelly Passek, Librarian / Montgomery County Public Schools, Blacksburg, VA
Kelly는 두 학교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학교 사서의 고질적인 문제인데요. 사서교사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교장들이 풀타임 사서교사를 고용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는 거예요. Kelly도 아마 그래서 두 학교에서 각각 파트타임으로 일하리라고 예상됩니다. ㅠㅠ;
2020년 여름방학에 Kelly는 자신의 학생들의 여름방학 책읽기를 장려하기 위해 드론으로 책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Google의 자매회사인 Wing은 드론으로 딜리버리를 하는 회사입니다. Kelly는 Wing 회사에 연락해서 독서를 장려하는 좋은 취지를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합니다. Wing사에서 기꺼이 딜리버리 비용을 내 준 덕분에 드론을 활용한 책 딜리버리 서비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Kelly 또한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습니다. Kelly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풀타임 사서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언론에 어필했습니다. 덕분에 그녀도 풀타임 포지션이 생겼고요. ^^;
남들보다 빨리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던 순발력도 놀랍지만 그렇게해서 얻게된 미디어의 관심을 전략적으로 잘 이용했던 점도 높이 사고 싶네요.
특별히 2021년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많은 사서들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인종차별과 교육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서들이 수상을 했습니다. 제가 대충 세보니 총 46명의 수상자 중 16명의 수상자가 인종차별 해소와 관련된 프로젝트로 수상을 했습니다. 조심스러운 저의 의견입니다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하는 것이 사서의 의무입니다만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혜롭게 대처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거기다 "나의 올바른 가치관을 도서관 사용자에게 강요해야한다"라는 계몽주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면 위험하기까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왜 이 수상자들의 기사를 6개월이나 묵혀두고 이제서야 읽었는지를 말씀드릴께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부산 사투리로 "애살이 많다"고 하죠. 이왕 도서관 업계에 뛰어들었으니 죽기전엔 "Movers and Shakers" 명단엔 한번 들어가봐야지란 마음이 있지요.
그런데 이민1세 사서로 영어의 한계때문에 전 저 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없을것같아요. 전국적인 인정은 커녕 뉴저지 사서 협의회 같은데서 제가 했던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자랑을 할 기회가 생겨도 영작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거든요. 누가 저의 위인전을 대신 써 줄 순 없고 자기 PR은 스스로 해야하는데 영어가 아킬레스건이예요. 한 학회에서 사례 발표를 제 디렉터랑 같이 봤어요. 제가 이미 했던 서비스였어요. 디렉터가 "내년엔 니가 발표해" 그랬거든요. 근데 내년 발표는 둘째치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서 질문도 못하는걸요. ㅠㅠ; (물론 저처럼 이민1세이심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시고 업적을 세우고 계신 존경스러운 선생님도 계십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아서 6개월동안 묵혀둔 잡지를 새해를 맞아 책상 정리를 하면서 발견했어요. 그래서 그냥 마음 비우고 읽었어요.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을 보는 심정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46명의 수상자 중 저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던 동창을 발견하고는 울컥하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