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 한 분과 연락이 되었어요. 이번 학기부터 미국에서 도서관학 공부를 시작하시게 된 신입생이셨죠. 제 블로그를 보고 사서가 하는 일들을 조금 알게되셨지만 진로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고 하셨어요. 팬데믹으로 Zoom이 일상이 된 것이 이럴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공간적 거리의 제약을 넘어 Zoom에서 만났습니다. 첫번째 Zoom 미팅은 멘토링 세션이라기보단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듯한 캐쥬얼한 모임이었어요. 저의 수다가 그리 큰 도움이 안 되었을것만같은... (재미는 있으셨을꺼예요. ^^; )
미팅을 마치자마자 아쉬움이 남았던지 애프터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 인맥으로 아는 분들께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막상 일을 조금 진행시키고 보니 귀하게 모시는 사서분들이 블로그 이웃한 분에게만 멘토링을 하기엔 아까워서 혹시 다른 학교에도 한국학생이 있을까해서 제 출신 학교에 flyer를 보냈어요. 학교 bulletin board에 붙여달라고 했지만 요즘 누가 교실 옆 게시판만 보나요. 아마 Listserv에 올리신 모양이예요.
주말을 지나고 출근을 했더니 도서관학 전공 학생이 아니라 다른 공립도서관 시스템과 대학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이메일을 받았지 뭐예요. 저 갑자기 인맥 부자가 되어 버린거예요! 미주 한인사서들끼리의 공동체가 없다보니 다들 흩어져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이렇게 작은 계기로 미주 한인 사서 네트워크를 만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인 사서분들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Zoom 미팅을 계획했습니다.
느긋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토요일 오전! 오늘 바로 그 "미주 한인 사서 네트워크"의 첫 Zoom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로 시간을 정하면서도 너무 길게 잡은건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을 훌쩍 넘기고도 헤어지기 싫어했던 모임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끼리 어색해하지도 않게 서로의 사서 경력을 나누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미국 이민의 기나긴 성공담도 함께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현재 사서로 근무하시고 계신 다섯 분의 사서와 도서관학을 공부하고 계신 세 분의 예비 사서가 모였습니다. 다섯 분의 사서 중 대학교 도서관 사서가 두 분, 공공 도서관 사서가 두 분, 카달로거가 한 분이었어요. 일부러 인원을 맞춰서 초청한 게 아닌데도 비율까지 완벽히 맞췄답니다. ^^;
사실 모임을 준비하면서 첫 모임은 사서들끼리의 네트워크 모임으로만 할까? 라는 고민을 했었어요. 예비 사서들께 멘토링을 한다는 게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잖아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미팅에만 시간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네트워크 모임을 먼저 하면서 추후에 진행할 멘토링 세션에 대해 의논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멘토링을 기다리고 계신 예비 사서 분들이 마음에 쓰여서 "네트워킹 및 멘토링"이라는 두리뭉실한 주제로 일단 모든 연락 가능한 분들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한국도 물론 마찬가지이리라 상상합니다만 "사서"란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정말 다들 착한 사람들이에요. 나처럼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모두 성심성의껏 멘토링을 해 주시는 사서님들에게 저 완전 감동받았답니다.
헤어지면서 다들 하시는 말씀이 이런 모임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하시고 정기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시니 더 감동이었어요. 참석하신 모든 사서님들께서 지금보다 한인 사서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시고 후배 사서들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기를 자처하셨어요.
얼떨결에 "미주 동부 한인 사서 협의회" 회장이 된 느낌인데요. ^^; 하여튼 감투엔 그리 욕심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사서 (특별히 공공사서)에게 Community Builder는 또 하나의 타이틀입니다. 내가 일하는 타운의 사람들의 같은 관심사를 모아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제가 이제는 지리적인 한계를 넘어 한인 사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이제 시작인데도 벌써 보람을 느낍니다. 다음 모임이 벌써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