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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맞아 도서관에서 만두를 만들다

설날 행사로 도서관에서 손만두를 직접 만든 건 2020년에 시작했습니다. 당시 15가정의 등록을 신청받았는데 일주일 만에 마감되었어요.


미국엔 음식과 관련한 행사를 하면 베지테리언을 고려해야 하기에 그냥 일괄적으로 야채 만두로 했습니다. 만두 속에 들어갈 재료들을 모두 미리 손질해놓고 프로그램 중에는 속 재료를 섞고 양념을 하는 것을 시연했어요. 그러고 나서 각자 테이블에 만두소와 만두피를 나누어주어서 직접 만들어보게 했습니다. 오전에 미리 만두를 좀 만들어 쪄 놓았어요. 그래서 참가자들이 만든 만두를 집에 가져가서 찌면 어떻게 된다고 보여주고 시식을 하게 했습니다. 찍어 먹는 간장 소스를 고춧가루 넣은 것과 안 넣은 것 두 가지로 만들었는데 예상외로 고춧가루 넣은 것이 더 인기가 많았어요.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한다"는 말이 있지요? 참가자 중 한국인이 한 명도 없기에 제가 만든 한국 음식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었어요.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구에게 대접할 솜씨가 아니거든요. ^^;




작년 설 직전에 도서관 직원들끼리 "작년 만두 만들기 행사 너무 재밌었는데"라고 하니 디렉터께서 직원들끼리만이라도 만들어볼까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작년 이맘때는 도서관은 문을 닫고 Curbside Pickup 서비스만 하던 시기라서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었거든요. (거기다 음식 프로그램이라닛!)


그래도 만두는 고기를 넣어야 하니 야채소를 만들어서 베지테리언인 직원 두 명을 위해 따로 덜어내고 고기를 넣어서 만두소를 만들었어요. 그러고는 직원들끼리 다 같이 모여서 만두빚기를 했지요. 만두를 빚는 동안 저는 찜통에 만두를 쪘어요. 만두를 만들면서 또 같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각자 집에 갈 때 만두를 다 싸서 갈 만큼 넉넉하게 만들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올해! 1월부터 직원들은 설날이 언제인지 달력에서 찾아보고 만두 만드는 날을 기대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도서관의 연중행사로 자리 잡아버렸어요. 작년엔 찐만두를 먹었으니 올해는 Dumpling Soup (만둣국)을 먹어보자는 제안도 직원들이 했어요.


만두를 만들기 전날 한국 마켓에 가서 재료를 샀습니다. 만두소에 넣을 재료는 간 소고기, 간 돼지고기, 배추, 부추, 파, 양파, 당근, 두부, 당면을 샀습니다. 만둣국 국물로 쓸 사골육수도 샀어요.


전날 집에서 만둣국에 얹을 고명으로 쓸 계란지단을 했어요. 노른자와 흰자를 구분해서 두 가지 색으로 만들어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썰었어요. (마음이야 국수처럼 가늘게 채 썰고 싶었지만 재주가 없어서.) 만두를 만들 당일 아침에는 배추, 당근은 잘게 썰고, 양파는 잘게 썬 후 볶아서 가져갔어요. 그리고 나머지 재료는 도서관에서 준비했어요. 당면을 삶는 동안 파와 부추를 잘게 썰고, 두부도 으깨어서 준비해놓았죠. 계란의 흰자는 만두 만들 때 쓰려고 남겨놓고 노른자를 반죽에 넣어서 찰기를 주었어요. 이제 양념 넣고 버물 버물! 그러고 나서 베지테리언을 위한 소를 따로 덜어놓고 간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넣어서 한 번 더 버물 버물!


이제 직원들을 부엌으로 부릅니다. 모두 모여서 도란도란 만두를 만드는 시간이에요. 작년엔 만두소를 꽉 채워 넣는 것을 다들 못해서 나중엔 만두피가 모자랐거든요. 올해는 만두피를 레시피보다 넉넉히 사 가지고 갔는데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들 잘 만들었어요. 국에 들어가는 만두는 애기 궁둥이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쳐줬는데 그 어려운 걸 척척해냅니다.


고기만두는 사골육수에 넣어서 끓이고 야채만두는 멸치육수에 끓였어요. 준비해 간 고명을 얹으니 모두 한 목소리로 탄성을 외쳤어요. 제가 간을 봤지만.... 만두가 맛있었어요! 김치와 잡채를 사 가지고 가서 같이 먹었는데 동료들이 김치를 너무 좋아해요. 군만두도 만들었는데 당연 인기였죠!


지난 두 번은 제가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사진도 찍었답니다.


초록색 만두피는 야채만두용이예요.





예전에 New York Public Library에 다닐 때는 점심은 되도록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갔었어요. 맨해튼의 물가가 워낙 비싸니깐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동료들과 도시락을 먹을 때 동료들이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넌 왜 김치를 싸오지 않아?" 난 냄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그렇다고 했더니 동료들이 정색을 하며 "I love 김치!"를 외치는 게 아니겠어요?


지금 일하는 도서관 동료들도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제 도시락에 항상 관심을 갖고 맛있어 보인다고 얘기해 줘요. 이제는 연례 행사가 되어버린 만두 만들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은 김치를 서로 싸 가겠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동료들에게 얘기했죠. "내년 만두 만드는 날까지는 그냥 한국 마켓에서 사 먹어." 저도 그렇게 할 거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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