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비움)
창문 너머 겨울 산을 바라본다.
낙엽마저 떨어지니 앙상한 가지들만 보인다.
아무 치장이 없는 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수척하고 고요하며 차가운 모습이다.
봄 여름에는 초록으로, 가을에는 단풍의 모습으로,
겨울에는 낙엽과 하얀 눈이 감싸주더니
지금의 겨울 산은 거추장스러운 것 다 버리고
본질로 돌아가 고요만 남아 있다.
침묵의 시간이다. 발가벗은 본래의 모습이다.
지난 봄날부터 하루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지난 지금 겨울 산은 눈을 감고 있다.
겨울 산은 찬 바람만 불고 외롭고 쓸쓸한 허공에 걸쳐있다.
한밤중에 창문 너머 겨울 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 산의 흙들이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들 과 교감하는 소리이다.
흙 속에서는 봄에 잉태할 자연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듯 겨울 산은 해마다 채움과 비움을 반복한다.
겨울 산이 침묵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날
나는 다시 봄 산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산에 오를 때마다 산과 대화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분별심)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 (깨달음)
그러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평정심)
겨울 산이 해마다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듯이
나는 매년 배움과 비움을 반복하면서 나와 나의
대화를 이어가며 몸과 마음에 피어나는
희로애락을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