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나를 고쳐 쓴다(14)

제14화, 내 삶의 완충재가 필요한 시기

by 오엔디

완충재, 삶에 꼭 필요한 생명의 숨결


삶에는 언제나 ‘완충재’가 필요하다.

자동차에도 충격을 흡수하는 범퍼가 있다. 작은 사고에도 치명적인 신체적 손상 등을 막아주는 완충기능을 한다. 사람에게도 균형과 여유를 지켜주는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고 부러지기 쉽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미리 예방해 주는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그런 완충재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언제나 하는 일이지만, 해야 할 일만 앞세우고 오직 결과만 보고 달려왔다. 어느 순간, 나의 삶은 숨 가쁘게 몰아가는 막다른 경주로 몰리고 있었다. 결국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낸다. 그 구원의 손길은 항상, “조금만 멈춰 서봐, 그리고 나를 천천히 돌아봐! 그러면 완충의 시간이 필요한 걸 알게 될 거야?”


파레토(8:2) 법칙, 삶의 완충 지대


누구나 언제나 들을 법한 파레토 법칙(80:20)은 단순한 경제, 수학적 공식이 아니다.

경제학자 파레토가 이탈리아 토지 소유 구조를 분석하다 발견한 비율에서 출발했으나, 지금은 삶 전반에 적용되는 생활의 지혜가 되었다.


기업에서 볼 때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만든다. 스포츠의 경우 20%의 핵심 선수들이 팀 성적의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는 집중력이 가장 높은 20%의 시간대에 공부 등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삶의 완충재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다 보면 늘 강박에 몰아 내쳐진다. 진짜 중요한 핵심 부분에 20%만 집중하고, 나머지 80%는 천천히 내려놓는 여유가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늘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완충재로 삶의 효율을 높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여유로운 삶, 완충재를 찾으며 천천히 완주하는 인생의 참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정조, 5049 참 정치의 리더십


정조는 50발의 화살 중 49발을 과녁에 명중시킨 뒤, 마지막 한 발은 무한한 허공에 쏘아 올렸다.

그런 행위는 자신의 권력을 과신하는 기교와 자만이 아니었다. 그 왕권을 통해 자신을 좀 더 낮추기 위함이다. 백성과 신하들에게 ‘왕권 등 모든 권력은 완전할 수 없다. 사람 또한 불완전한 존재다’는 실천적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면서 그 진실, 내면의 숨은 가치를 그대로 전했던 것이다.


그러한 정조의 정치 리더십은 완충재, 삶의 새로운 철학적 미학이 되었다.

다각적인 사색당쟁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갈등과 갈등 사이마다 절묘하게 ‘여백의 공간’을 그려 넣는 여유와 운치를 지닌 다정한 리더였다.

그 여백 덕분에 백성들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고, 조선은 새로운 개혁의 동력을 얻게 된다.


오늘의 정치도 그렇다. 날카롭고 폭력적인 언어와 극단적 대립이 넘쳐날수록, 허공으로 날아가는 마지막 한 발의 화살 같은 완충재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20% 경제 전략


세계적 기업들도 파레토 법칙의 원리를 완충재로 활용한다.

애플은 매출의 70% 이상을 불과 몇 가지 제품(아이폰, 아이패드, 맥북)군에서 달성한다.

아마존 또한 전체 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핵심 카테고리가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결국, 경제는 ‘무한확장’이 아닌, 핵심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오히려 선순환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한다. 우리 개인의 자산 관리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모든 종목에 투자하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진짜 믿을 수 있는 소수의 핵심 종목에 자산을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완충재가 필요한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완충재 없는 무한경쟁 시대의 사회적 피로


지금 한국 사회는 늘 ‘풀가동 모드’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스케줄, 경쟁과 비교, SNS에서 쏟아지는 선택 불가능한 정보들.

완충재 없는 삶은 결국 번아웃, 우울, 공황 장애 등 관계의 단절과 붕괴로 이어진다.


최근 직장인들의 퇴사 이유 1위가 ‘과로와 스트레스’라는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성과보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완충재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휴식과 힐링, 유연근무제, 워라밸 정책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생존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 미니멀리즘과 완충의 미학


현대 예술과 건축, 패션에서도 완충재의 미학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덜어냄’을 통해 본질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미니멀리즘이 대표적이다.

여백이 있어야 선이 살아나고, 침묵이 있어야 음악의 진정한 울림이 깊어진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빛과 그림자 사이의 간격이 공간을 완성한다”라고 말했듯, 완충의 여백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여유를 담아내 결국, 채움의 자리로 거듭나는 것이다.


스포츠, 체력 관리의 완충재


스포츠 선수들도 완충재의 가치를 잘 안다.

손흥민이 매 시즌 끝나면 꾸준히 무릎·근육 관리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이유가 완충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

괴물투수 류현진이 1년을 통째로 쉬며 부상 회복에 전념했던 결정 또한 모두 같은 맥락이다.


모든 경기력의 80%는 몸을 지켜주는 20%의 관리에서 나온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라,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최적의 완충재다.


내 삶을 고쳐 쓰는 완충재


이제 나는 조금씩 깨닫는다.

완충재 없이 성과나 결과만을 중시, 앞으로만 가는 삶은 언젠가 그 동력을 잃고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내 일상에 작은 완충 장치를, 하나둘씩 놓아보기로 했다.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2시간만큼은 ‘성과 20% 시간’으로 지정해 글쓰기에 몰입한다. 그때가 아침 출근 후,

비록 딱 1시간만 이라도. 그 외 시간에는 과감히 내려놓고 산책하며 생각하기, 명상 그리고 힐링, 가족과의 대화를 조금씩 넣어 여유를 가져본다.


주변의 관계에서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진짜 소중한 20%의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아 본다.

이러한 완충재는 내 삶의 균형을 다시 회복시켜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멈춤과 비움 속에서, 다시 고쳐 길을 시작한다


삶은 모든 것을 걸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단순 경주가 아니다.

때로는 멈춤, 여백, 완충이 있어야 비로소 다시 달릴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정조가 허공으로 쏘아 올린 마지막 화살처럼,

나도 삶의 모든 것을 채우려 하지 않고, 일부는 나의 공간으로 조금씩 비워둔다. 그 비움 속에서 나는 다시 단단해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쓸모없음이 오히려 쓸모가 된다(無用之用)”고 했다.

빈 그릇이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창문이 비어 있기에 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듯, 삶의 완충재는 바로 그 비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시작하게 된다.


장자는 “사람이 물결에 몸을 맡기듯 자연스러움 속에 머무를 때 가장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억지로 다 채우지 않고, 억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때 우리는 오히려 더 큰 균형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완충재가 없는 삶은 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완충재가 있는 삶이라도 언제든 다시 고쳐 쓸 수 있다. 오늘도 삶의 완충재를 준비하며 다짐한다. 그리고 내 삶의 또 다른 여백을 찾아 나선다. 어제의 나를 지우고, 내일의 나를 덧칠하는 글쓰기처럼, 허공 위에 남겨진 여백에 새로운 나를 다시 그려 넣는다.


“멈춤과 비움 속에서, 나는 다시 길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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