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내 진심을 담은 편지들은
모래 위에 써 내려간 글씨처럼
파도에 휩쓸려
조용히 지워져 간다.
아무리 수없이 이름을 써도
쉼 없이 성을 쌓아 올려도
밀려오는 물결 앞에
모든 건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문득, 겁이 났다.
그 성이 무너지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을까 봐.
그 모든 게 허사가 돼버릴까 봐.
그래서 온몸으로 막아보기도 했다.
두 팔로, 두 눈으로,
흔들리는 마음으로
그 무너짐을 어떻게든 붙잡아보려 애썼다.
말도 안 되는 상상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너를 떠올린다.
지금은 나를 보지 않는,
더는 여기 있지 않은 너를.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밀려오고
나는 또다시 무너질 것만 같다.
다시 만들면,
이번엔 좀 다를까.
조금은 오래 남을까.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수없이 부서지고,
이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