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와 함께한 첫 미라클러닝
아이들과 함께 새벽 5시에 일어나기로 한 첫날.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채 피곤한 아침을 맞았다.
5시를 몇 분 넘긴 시간에 겨우 눈을 떴고, 아이들은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방에 불을 켜주며 “5시야, 일어나”라고 말하니, 아이들은 꿈틀거리며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먼저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의 준비 시간은 10분을 훌쩍 넘겼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조금씩 짜증이 밀려왔다.
아이들을 재촉해 집 앞 운동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5시 20분이었다. 잠깐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미라클모닝이 힘든 이유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책상에 앉으면 금세 졸음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닝을 하면 몸이 확 깨어난다.
숨이 가빠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온몸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아직 러닝이 익숙하지 않고 다리가 아파 오래 뛰진 못하지만, 고작 1~2km만 뛰어도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기엔 충분했다.
첫날의 미라클러닝은 그렇게 10여 분 정도였다.
아이들은 5시 40분이면 책상에 앉아 새벽 공부를 시작하고, 나는 아침 식사와 도시락 준비에 들어간다.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바쁘게 움직이고 6시 30분이면 아침식사를 한다. 어떤 날은 국이나 찌개를 간단히 끓이고, 또 어떤 날은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다. 운동 후 먹는 삼겹살 맛은, 정말이지 꿀맛이다.
올빼미족인 우리 가족은 늘 아침엔 입맛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일어나 눈곱만 떼고 앉아 먹는 밥이 무슨 맛이 있겠는가. 그런데 새벽 5시에 일어나 러닝을 하고 나면, 6시 반쯤 되어 몸이 완전히 깨어난다. 밥 한 숟갈 국에 말아 겨우 먹고 나가던 아이들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더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5일 동안, 우리는 새벽 5시 미라클모닝을 실천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동호회 단톡방과 ‘어쩌다러닝’ 모임방에 러닝 인증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정말 일어나기 싫은 순간에도, “나 새벽 러닝한다”라고 선언했던 내 말이 떠올랐다. 뭔가를 할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얘기해 보자. 말만 하고 안 하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라도, 결국 하게 된다.
하지만 세 아이를 깨워서 데리고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을 깨워서 데리고 나가는 데만 10분이 넘게 걸린다. 운동장에 도착하면 5시 10~20분이다. 5시 30분이면 아이들은 공부를 시작해야 하고, 나는 식사 준비에 들어가야 하니 10여 분 러닝이 전부였다. 그러니 마음이 자꾸 다급해졌다. 아이들을 재촉하고, 느릿느릿 피곤해하는 아이들이 답답해서 자꾸 잔소리가 나왔다. 나는 새벽에 엄마와 함께 운동하던 기억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기를 바랐는데 현실은 점점 그 반대가 되어갔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새벽 시간을 ‘아이들’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기로 말이다.
아이들 방에는 불을 켜주고, “일어나~” 한 번만 말해주기로 했다. 일어날지 말지는 아이들의 선택으로 맡기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지라고 말해주었다. 그때부터 새벽은 나만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러닝엔 나오지 않지만, 자율적으로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의 목표는 아이들이 새벽 공부를 하는 것이었으니, 목적은 결국 달성한 셈이다.
선거일 아침, 특별한 러닝
선거일이던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일어났다.
전날 밤, 남편과 약속했었다.
"내일 미라클러닝하고, 같이 투표 가자."
밤 12시 가까이 잠든 남편은 피곤했는지 더 자고 싶어 했지만, 무서운(?) 마누라의 반 협박에 못 이겨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집 바로 앞에 운동장이 있다는 걸, 우리가 이 집에 산 지 5년 만에 진심으로 실감하고 있다. 조금 빠른 속도로 2km를 뛰고 나니 온몸이 개운해졌다. 운동을 싫어하던 남편도 이젠 나와 속도를 맞춰 뛰며 함께한다. (그런데 왜 아직도 배는 안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5시 50분, 우리는 5분 거리 선거장까지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어갔다.
부지런한 사장님은 이미 가게 문을 열고 있었고, 선거장 앞에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분들도 계셨다.
스트레칭을 하며 새벽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선거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뿌듯했다. 이날 하루는 이미 성공한 하루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첫 ‘미라클러닝’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