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100퍼센트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는 것

사랑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by Karma

4월의 어느 맑은 날, 한 남자가 길을 걸어가다가, 그가 그리고 그리던 100퍼센트의 여자를 발견한다. 평범해 보이는 그녀지만, 본 순간부터 가슴이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버린다. 너무 완벽한 나머지 그녀가 왜 100퍼센트의 여자인지 유형화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신이 드디어 그에게 기회를 준 건가? 어서 저 여자를 잡아야 할 텐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찰나의 순간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위해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 보험팔이 같다.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세탁소가 있나요?” 이건 너무 바보 같다.

아예 솔직하게 이렇게 말해볼까?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입니다.” 이때 만약 여자가 “미안하지만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남자가 아닌걸요.”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고민하는 순간 여자는 이미 혼잡한 사람들 속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사실 이 남자와 여자는 과거에 서로 만난 적이 있다.


옛날 옛적 어느 곳에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평범한 그들이었지만,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디엔가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여자와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찌 보면 기적일 그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우연히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되었고 그 순간 서로를 알아봤다.

“놀라워. 난 널 계속 찾아다녔단 말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넌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야.” “너야말로 나에게 100퍼센트의 남자야. 이 모든 게 꼭 꿈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그들은 고독하지 않다. 서로가 상대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미 우주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곧 그들의 마음속에 극히 얼마 안 되는 의구심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기적이 이렇게 쉽게 실현되어도 되는 것인가? 침묵 속에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 다시 한번만 시도해 보자. 만약 우리가 서로에게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면 지금 헤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다시 만났을 때도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시도해 볼 필요조차 없을 만큼 그들의 만남은 기적적인 일이었으나 당시 두 사람은 어려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농락하듯이 파고들었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악성 유행 인플루엔자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가 결국 옛 기억을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텅 빈 채로 일어난 두 사람. 그러나 성실한 그들이었기에 노력하여 다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훌륭하게 사회에 복귀했다. 때때로 그들은 살아가면서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75퍼센트 85퍼센트 정도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한 남자가 길을 걸어가다가 한 여자를 마주친다.


그렇다. 바로 처음의 그 남자, 그 거리, 그 여자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그들은 떨림을 느낀다. 이미 그들은 알고 있다. 그녀는,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사람이란 걸.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었던 기억의 빛은 너무나 희미했고, 결국 말없이 엇갈려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짧지만 강렬하게 그리고 소름 돋게,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묘사했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서로가 서로의 인연임을 알아볼 때, 그들은 도파민에 취한다. ‘이 사람은 나와 완벽하게 같은 사람이야. 어쩜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나타났을까? 내가 꿈꿔왔던 100퍼센트의 사람이야.’ 행복에 겨워 사랑을 속삭이지만, 머지않아 도파민의 마법이 끝나가면 한 번쯤 의심하게 된다. ‘이 사람이 과연 내가 꿈꾸던 그 사람이 맞을까? 난 분명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녕 우리는 다른 걸까? 이렇게 계속 연애를 했을 때 과연 이 사람이 나의 끝사랑이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치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순간, 이별이 시작된다. ‘아직은, 이 사람이 완벽한 내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는 거야. 나와 더 잘 맞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두 사람은 헤어진다. 처음의 소중했던 그 만남이 하늘이 준 기적인 줄도 모른 채.


인연은 늘 소중하다. 물론 서로에게 독이 되는 인연을 우리는 악연이라고 한다. 악연은 피해야 하는 게 맞지만, 사실 대부분의 연인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차차 다름을 느끼게 되고, 갈등하고, 의심한 상태로 멀어지다가 이별을 맞는다. 처음 만났을 때 상대가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이 사람이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었을지에 대한 감사함은 점차 옅어지고, 이 사람이 과연 나의 마지막이 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결국 이 사람이 내 마지막 사랑이 되기엔 부족해 보일 때, 그 사랑은 일단락된다. 마치 백화점에서 “한번 둘러보고 올게요~”하고 떠나버리는 손님처럼.


도파민에 절여진 신선한 충격만이 사랑은 아니다. 흥분이 잦아들고 나서도 늘 처음 만났을 때의 예뻐 보이던 서로를 기억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짜릿한 감각에 중독되어 버리고 늘 새로운 것을 찾다 보면 우리는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할 수밖에 없다. 마치 우주의 기적을 이뤘지만 결국 눈앞에서 100%의 사람을 놓쳐버리고 마는 하루키 소설의 남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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