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무슨 일 하세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의 이름, 내가 몇 살인지 다음으로 궁금해하는 것이 나의 業(업)이다. 나를 설명하는 것 중 TOP 3안에 드는 것이 바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라는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인드로 인생을 걸어왔는가를 보여주니까. 비록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인생에서 유일하거나 마지막인 것은 아닐지라도, 현재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자체는 어쨌든 나의 선택이니 말이다.
선택을 했기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 때에 따라서는 절반까지도 일을 한다. 내가 앞으로 30년 더 일을 한다고 치면 그중 10년을 바쳐 업을 완수하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인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 자신이 변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생에서 업이란 어쩌면 나를 바꾸는 가장 거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나는 이렇게 중요한 것을 과연 어떻게, 왜 선택했을까 반추해 본다. 나는 왜 이 업무를 택했을까? 혹은 무엇이 나를 이 업무로 이끌었을까?
나는 시간을 가만히 흘려보내는 것을 잘 못한다. 대학생 때는 그래도 잘했던 것 같은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이 순간들이 나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에도 늦잠을 잘 못 자는 성격이고, 평일에는 퇴근하고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성격이 아마도 지금의 내 업을 결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발전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쉬지 않고 급변하며 계속 무엇이든 배워야 하는 금융업으로 이끈 게 아닌가 싶다.
금융업계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바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조금 더 숫자에 집중하게 되고, 은연중에 성과를 셈하게 된다. 투입 대비 효율이 좋았으면 싶고, 과정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결과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된다. 인문학을 사랑했던 스물넷다섯의 소녀는 그렇게 조금씩 세속적으로 변해간다.
글에 집중하는 것은 이런 나에게 일종의 경고등을 켜는 것과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성과와 발전을 쫒는 나에게 글을 쓰게 함으로써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기수가 되어,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며 열심히 채찍질을 당하던 나 자신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고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는 가장 세속적인 일과 동시에 가장 고답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돈을 다루며 글을 씁니다.”
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