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와 아스파라거스

by 박유진

아스파라거스가 더위로 잠 못 이룰 때

창밖의 매미는 울음을 그칠 생각 없고

길다란 모양의 땀자국이 침대에 묻어나면

찝찝한 수분에 아스파라거스는 데쳐진다


선명한 초록색 아스파라거스

흐물흐물하게 익어 맛을 버린다

어디에도 곁들일 수 없는 아스파라거스

눈을 뜬 채로 아침을 맞는다


밤하늘의 별을 셀 필요도 없이

하루를 넘긴 그것 아스파라거스는

피곤에 찌든 안구를 끌어안고

자리에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땀자국을 유지하며 몸을 일으킨다


출근하는 선명한 초록색

지하철 인파에 낀 말랑한 채소

불행한 아스파라거스

열대야와 아스파라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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