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안단테

by 박유진

봄을 좋아한다고 하셨죠

정확히는 봄에 먹는 레몬을요

나는 여전히 겨울을 좋아합니다

눈 쌓인 당신 품은 언제나 고요했거든요


전부 녹아내린 지금

그때의 침묵을 느낄 수 없겠지만서도

당신이 건넨 레몬 반 개만큼의 향기는

어느 함박눈보다도 깊어갈 터입니다


밤을 지새우고 싶은 날

시큼한 맛을 머금고

한결 가벼워진 겉옷을 걸치는 시간

내일의 문턱에 놓인 샛노란 계절


갓 수확한 과일을 손에 쥐고는

문득 지나온 겨울이 궁금해지면

나는 이 한 줄을 떠올립니다


봄을 좋아한다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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