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틈들이 태어났다 사라지곤 했다. 가끔은 더 벌어지지 않고 그대로 머무는 경우도 있고. 그 순간의 틈을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지금 당장 사라질 틈은 아니니까. 지금보다 더 많은 틈이 생긴다 해도.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거대한 축들은 그 자체로 존재했으나 그 아래로는 수많은 균열들이 있었다. 때로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거미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 않을 뿐.
메워지지 않는 틈은 그럼에도 있었다. 느림과 빠름의 틈처럼. 어디에나 있는 틈들 중 하나지만, 그날은 휑한 차도에 있었다. 도로의 좌우 풍경이 달랐기 때문일까. 둘 다 같은 곳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변화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도로 바깥이 소란스럽고 넘실대는 느낌이라면 안쪽은 건물들의 숫자가 인구수를 대신하는 느낌이랄까.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비수기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 메워지지 않는 틈이 존재하는 이유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걸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느껴도 가볍게 넘겨버리거나. 우리의 삶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커다란 틀이 아니라면 더더욱. 물론 그런 느낌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조금만 잘못하면 무너질 것만 같으니까.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안정된 느낌을 원하니까. 요즘처럼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무너지기 쉬운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면 더더욱.
이와 비슷한 느낌의 말들이야 예전에도 있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든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등등. 각자의 진짜 뜻이야 물론 다 다르지만……. 굳이 속담이 아니어도 작은 틈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제법 있다. 고수들의 싸움이나 경쟁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수능이나 사법고시도 그렇지 않은가? 시험이 쉬울수록 표준점수까지 살펴보거나 면접 때의 작은 행동들까지 보곤 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사전에 나름대로 노력을 해도 분명 일어나지만.
위의 경우들만 생각하면, 우리에게 틈은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방치하면 자기에게 문제가 일어날 것만 같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건 아닐까. 완벽이라는 말은 말과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할 뿐임을 알면서도. 당장 보이는 틈을 메우고 괜찮아졌다 그래도 그때가 지나면 원래의 틈은 드러난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지 오래고. 이 일이 콘크리트나 시멘트 등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면 이렇게까지 중요해지지 않을 것도 같지만…….
하지만 현실은 이런 틈들 투성이다. 방금 언급한 시공간만 해도 그렇고. 제주도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똑같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도로 안과 도로 밖의 풍경이 변화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도로 안의 상권들은 제주도 며칠살기 붐이 지나면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이런 일들이 이전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지방에 며칠 사는 프로그램들이 유행임을 생각하면 한동안은 이런 변화들이 끊임없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계속 버티는 가게들 또한 있지만…….
그런 가게들을 볼 때면 도로 밖을 보는 기분이다. 자연의 풍경을 바꾸는 건 자연과 시간뿐이니까. 자연의 한자를 직역하면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니 당연한 걸까? 어디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느끼는……. 물론 자세히 보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바다만 해도 자유롭게 제 물결의 모양을 바꾸니까. 커다란 배나 바람 등의 영향을 받아서. 그래도 암초처럼 움직이지 않는 자연물들이 있기 때문일까? 시내처럼 변화가 대놓고 역동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 둘의 틈 위에 도로가 있고, 누군가는 그 위를 달린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시간은 어떨까. 지금 나의 시간은 어떻고.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20대 중후반에 어머니로부터 시간 자체는 똑같이 흐르나 개인에게는 그 흐름이 제 나이처럼 흐른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런 순간들을 아직 많이 느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도로를 달리는 순간 같은……. 하지만 지금은 이 도로를 달리는 순간이 더 중요했다. 잠시 후면 다음 인증센터가 나온다는 표지판을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