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집의 명절은 셋이 보내야만 했다. 지금은 관계가 조금 회복되었지만, 한때 잘못된 방식으로 동생과 의절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잘 될 것이라며 달래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쪽이 더 편했다. 좋게 말하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논리요 나쁘게 말하면 현실과 희망 사이에 둔 아집이랄까?
과오를 저질렀음에도 같은 피를 나누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더 그럴지도 모른다. 부모와 집이 주는 그리움 또한 알고 있어, 이전에도 그랬지만 동생이 오는 날만큼은 어머니의 요리를 거들어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있기를 바라면서.
동생이 집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갈비찜과 모둠전도 다 익었으니 가방을 점검할 차례다. 속옷 네 벌과 라이딩 복장 상·하의 한 쌍, 수건 네 개와 우의까지. 여기에 핸드폰 충전기만 넣으면 딱 될 것 같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건만 어머니께서는 선크림과 토시는 물론이요 샌들까지 덤으로 들려주셨다. 초콜릿이나 사탕까지 안 넣어주신 게 다행이리라.
물론 어머니의 심정이 어떤지는 알고 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다음날이 출근날임에도 잠을 못 주무시는 분이니 말이다. 전에는 이제 당신 아들 동네북은 아니라는 식으로 나왔으나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몽니가 사나운 남매와 반찬 투정이 심하신 아버지 등쌀에 피곤하실 법도 하건만, 어떻게든 당신 방식대로 이 집을 지키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콜릿이나 사탕까지 챙겨주시는 건, 가끔씩은 부담스럽다. 초콜릿이야 그럴 수 있으나 사탕은 그렇게까지 잘 챙겨 먹는 편이 아니다. 초콜릿도 라이딩이나 헬스처럼 격한 운동을 하기 전에 다크 초콜릿으로 5알 정도 먹는 편이지 운동중일 때는 쉬는 시간에도 입에 안 댄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거른 끼니만큼 몰아서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진수성찬을 봤음에도 간단하게 먹으려 했다. 앞서 언급한 세 사람의 표정을 떠올리는 게 더 행복했기에 그런 것도 있었고. 마침 헬스장도 명절이니 친가서 영양보충을 하시겠다니, 신도림까지의 라이딩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제주도의 자전거길에 비하면 약과겠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전을 몇 개 챙겨주려 하셨다. 조만간 서른이 되는 백수임에도 당신의 아들은 아들이라는 걸까? 전을 먹을 바에야 그냥 달걀 프라이를 해서 먹겠다고 말했다. 익힘의 정도는 서니 사이드 업. 그 정도면 뱃속 정도는 그럭저럭 밝힐 수 있으리라.
적당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지금 출발하면 승선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마침 어머니께서도 신발장서 강아지의 목줄을 꺼내고 계셨기에 나쁘지 않았다. 강아지는 집의 사소한 변화를 알아챘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인지 연신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다.
자전거의 상태는 무난했다. 제주도서 비바람만 심하게 맞지 않는다면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으리라. 가볍게 몸을 풀 때조차 어머니와 강아지는 떠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건가 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표는 끊었고, 동생은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오른 지 오래다. 그렇게 다가오는 게 여행이라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