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여행자 - 1

by chldew

바다에게 아침이란, 리놀륨판을 대하는 조각칼일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엔진실 대기줄 건너편의 창문 너머에서 제 비늘을 뒤척이고 있었다. 짙게 깔렸던 어둠 때문에 우리가 그 색만은 인지할 수 없었을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바다가 그 자체로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제 뒤척임이 만드는 소리 때문이리라. 뒤척일 때 나는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을 뿐. 그건 우리에게 있어 대대로 내려온 기억이자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장가들 중 하나가 <섬집 아기>이듯.


화물칸의 엔진 소리가 끼어들기 전까지는 파도 소리도 그 자체로 머물러 있었다.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 안에서 에어컨이라도 틀 수 있겠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그런 건 사치였다. 그럼에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가져온 사람들은 제법 있었지만…….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낭만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이럴 때면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게 서툴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설령 친분이 있었어도 모두에게 그걸 물을 수는 없었겠지만.


조금씩 열리는 화물칸의 입구로 제주도만의 청량감이 들어왔다. 제주도에는 많은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람이라고 했던가? 물, 여자와 함께. 그렇지만 그 순간의 바람이라면 몇 번이고 환영하고 싶었다. 화물칸의 열기와 아쉬움을 가져갈 정도로만 불었으니까. 다른 라이더들은 진작에 이 감각을 느꼈는지 안장에 엉덩이를 올린 지 오래였다. 전체적인 점검을 마치니 더욱 많은 청량감이 몰려왔다. 지금의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살아났다 말하듯 오른발에서 찰칵 소리가 났다.


"이제 나가시면 됩니다~."


몇 번의 덜컹거림 이후에야 제주도의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추석 첫날이었기 때문일까? 인근에 공항조차 없었다면 조용함보다 썰렁함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는 그럼에도 지루했는지 연신 구동계에서 틱 틱 소리를 냈다. 그 아래에는 질투와 외로움이 있었는지, 틱 틱 소리는 자전거 크루가 지나갈 때마다 크게 다가왔다. 그걸 잊기 위해 최대한 음악을 크게 틀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어떤 라이더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혹시 길이 어디인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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