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관에서 다시 읽은 『삼국유사』와 미래 문화콘텐츠의 탄생
1. 강연을 가면서
올여름 더위에 숨을 쉬기 힘들 때 나는 강연을 하러 한국문학관에 갔었다.
새롭게 지어진 문학관은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나는 <AI와 삼국유사>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국문학관에서 삼국유사를 이야기하던 그날, 나는 오래된 책 한 권이 얼마나 먼 미래까지 걸어갈 수 있는지를 다시 확인했다. 내가 한 강연의 구체적 제목은 ‘AI와 삼국유사의 만남, 미래를 잇는 문화코드’였다.
나는 강연이 고전을 해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전이 다음 세대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현장에 가깝다고 느꼈다.
많은 분들이 『삼국유사』를 “옛이야기 모음”정도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강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삼국유사』는 서사가 아니라 시스템이며,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영웅의 탄생, 시련과 선택, 초월적 존재의 개입, 수수께끼와 반전, 그리고 귀환. 이 모든 요소는 오늘날 게임과 메타버스, AI 서사 설계의 기본 뼈대와 정확히 겹친다.
2. 강연의 현장에서
강연의 중심에는 내가 대학 강의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수업, 〈AI와 신화로 보는 미래문화콘텐츠개발〉이 있었다. 신화 연구자, 코딩 전문가, 교육학자가 함께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은 CoSpaces와 생성형 AI를 활용해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게임과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재구성한다. 김유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위인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서사가 달라지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되고, 용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성장 단계와 보상 체계를 가진 존재가 된다.
특히 청중의 반응이 컸던 부분은 ‘용 서사’였다. 이무기에서 용으로 변모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천년의 수련, 여의주, 인간의 찬사—는 그대로 RPG의 성장 규칙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해석의 태도다. 우리는 신화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로 다루는 대신,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꾼다.
도깨비와 수수께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한 도깨비는 이벤트성 캐릭터로, 원효와 설총의 문답 설화는 지혜 퀘스트로 확장된다. 이때 학습자는 지식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내러티브 설계자가 된다. 강연장에서 나는 이 지점을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불렀다. 읽는 능력에서, 만드는 능력으로의 전환이다.
3. 강연을 마치고
한국문학관이라는 공간 역시 의미심장했다. 문학을 보존하는 장소에서, 문학이 미래 기술과 만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 장면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고전은 박물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속에서 다시 걷고, 다시 선택되고, 다시 실패하고, 다시 살아난다.
강연을 마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삼국유사』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업데이트 중인 세계관입니다.” AI와 메타버스는 신화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화가 지닌 오래된 상상력을 호출해,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묻는다. 그날 한국문학관에서, 나는 분명히 보았다. 천 년을 건너온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