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한 여왕, 선덕여왕의 인공지능적 상상력

지기삼사 설화, 첨성대, 황룡사를 다시 보며

첫 번째 예언 모란꽃


신라의 여왕 선덕여왕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흔히 ‘예언의 여왕’을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예언은 신비주의가 아니라,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는 고도의 사고력이었다. 오늘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듯, 선덕여왕은 자연과 인간, 불안과 희망의 데이터를 종합해 내일을 내다보았다. 그녀의 세 가지 예언은 그 사고의 깊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 시대에 선덕여왕의 지혜를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1. 모란꽃 이야기


첫 번째 예언은 모란꽃 그림 이야기다. 당 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을 본 선덕여왕은 “이 꽃에는 향기가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꽃은 피었지만 벌과 나비가 모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식물 지식이 아니라, 화려하지만 속이 빈 외교를 간파한 통찰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이미지 데이터만 화려한 허상임을 간파한 것이다. AI가 겉모습이 아닌 맥락을 읽어야 하듯, 선덕여왕은 상징 이면의 의미를 해석했다.


2. 개구리 이야기

두 번째 예언 여근곡



두 번째 예언은 개구리울음 사건이다. 겨울에 개구리가 우는 것은 비정상이다. 선덕여왕은 이를 침략의 신호로 해석하고 서쪽 국경을 강화해 실제 공격을 막아냈다. 이는 이상 징후 탐지(anomaly detection)와 닮아 있다. 정상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비정상을 포착해 선제 대응하는 것—AI의 핵심 기능이 이미 신라의 정치 현장에 구현된 셈이다.


3. 자신의 죽음 예언


세 번째 예언 선덕여왕 죽음 예언과 무덤


세 번째 예언은 자신의 죽음의 시기와 장소다. 선덕여왕은 “내가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달라”라고 유언한다. 도리천은 하늘의 개념이지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훗날 그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가 세워지며, 그곳은 상징적 도리천이 된다. 이는 개인의 죽음을 공동체의 정신적 질서로 전환한 예언이었다. 미래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본 시선이다.


4. 첨성대와 클라우드 컴퓨팅


이 세 가지 예언을 가능하게 한 기반에는 첨성대가 있다. 첨성대는 하늘을 관측하는 돌탑이지만, 오늘의 시선으로 보면 ‘중앙 관측 서버’다. 별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 자연의 리듬이 이곳에 축적되었다. 이는 현대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닮았다. 데이터는 한 곳에 모이고, 해석은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 첨성대는 신라의 클라우드였고, 선덕여왕은 그 데이터를 읽는 최고 의사결정자였다.


5. 황룡사와 정신적 방패 혼문


그리고 가장 강력한 상상력은 황룡사 건립이다. 특히 9층 목탑은 외적을 막는 무기가 아니라, 불안을 잠재우는 정신적 방패였다. 눈에 보이는 성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믿음을 세운 것이다. 이는 사이버 보안이 단순한 방화벽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인 것과 같다. 황룡사는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집합적 혼문(魂門)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위기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방향 상실이다. 선덕여왕은 계산과 상징, 데이터와 감정을 함께 다루었다. 그녀의 예언은 미래를 맞히기 위한 말이 아니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설계였다. 오늘 우리가 AI를 통해 세상을 읽을 때, 선덕여왕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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