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최근 금융위가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간단’하고 또 ‘신속’했다. 대출을 틀어막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는 맛보기고 수요 억제책은 많다고 했다. 또 부동산보다는 금융으로 옮겨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이란 아마도 주식시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의 상승 원천은 ‘기대’ 수익이고, 부동산 수요 억제의 대상인 투기꾼과 실수요자는 현실적으로 경계가 모호하다. 기대 수익이 높으면 대출을 막아도 소용이 없다. 모든 방법이 시도될 것이고, 언론을 통해 실수요자의 불만이 늘어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금융위의 대책도 ‘간단’하고 ‘신속’하게 도로 바뀔 것이다. 주식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서 집을 사면 된다. 결국 현금 부자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기대’를 잡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한다.
부동산의 기대 수익이 높은 이유는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 경제학에서는 소득 격차의 중요 원인을 학력(고졸, 대졸 등)에서 찾는다. 학력이 높아지면 개인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녀가 미래에 고소득자가 될 것을 기대하는 부모는 현재 소비를 줄이고 교육 투자를 늘린다. 교육 투자에는 좋은 교육 환경을 가진 주거 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자가 포함된다.
교육에 투자하는 가구가 늘어나면 사회적으로도 인적자본(human capital)이 증가한다. 인적자본이 늘어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국가 생산성도 향상된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늘어나면 저축도 늘어난다. 비트코인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가격도 상승한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OECD 38개 국가 중 고등교육 이수율 1위인 나라다. 교육열 높은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자녀가 없는 사람도 기대 수익이 높은 부동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교육열이 대입 학원, 사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대학 입학시험 위주의 K-사교육은 학력을 넘어 전공(의대)과 학벌(명문대)을 좇는다. 이런 사교육으로 인해 개인 차원의 기대 소득과 사회적 차원의 기대 생산성(이익)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을까?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OECD 38개국 중 1위지만 노동생산성은 31위다. 교육 열풍은 식을 줄 모르지만, 기업경쟁력은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 IMD에서 평가한 기업효율성 지수는 2023년 69개 나라 중 23위였는데, 2024년에는 44위로 크게 떨어졌다. 한국의 교육열이 노동과 기업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다.
인적자본에는 감가상각이 존재한다. 디지털화, AI의 등장으로 변화가 커지는 시기일수록 새로운 지식으로 업데이트해야 생산성이 유지된다. 그런데 최근 어느 기사를 보니 2000년에 평가한 1985년생의 국제학업성취도는 OECD 국가 중 2위였으나, 22년이 지나 37살이 된 2022년에는 OECD 하위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적자본의 감가(가치 하락)도 매우 큰 것 같다.
지표상 기업의 이익 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예컨대, PER은 기업 이익 기준으로, PBR은 기업의 순자산 기준으로 평가한 주식의 가치인데, 아래 표에서 보듯이 국내 거래소 상장기업의 PER과 PBR은 2024년 기준 11.0배와 0.8배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PER과 PBR이 낮은 것은 기업의 법률상 주인(주주)과 대리인(경영인)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가 크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주식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미래 가치와 기대 이익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다르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가계가 최근 1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의 23배가 넘는다. 미국의 3.4배, 일본의 11.3배, 영국의 8.7배에 비해 높아도 너무 높다. 가계소득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비례한다. 노동생산성 낮고, 기업의 경쟁력 지표도 하락하고, 기업의 미래 이익 전망도 부정적인데 유독 부동산 가격만큼은 가계소득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기업이 어려워져도 가계는 돈 벌 비결이 따로 있는 걸까?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좋은 일자리가 줄고 소수의 대기업이나 고소득 직종의 문턱은 높아진다. 역설적으로 명문대의 가치는 높아진다. 그러니 국가경쟁력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와 학원가의 부동산 기대 수익은 오히려 상승한다. 경기가 위축되면 쉽게 묶였던 은행대출은 다시 쉽게 풀린다. 억제되었던 강남과 대도시의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난다. 강남과 다른 지역에 2채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의 전세 가격 인상, 연쇄적인 불안 심리 등이 맞물려 전국의 부동산은 다시 불안해진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부동산 세금이나 대출을 국회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수시로 강하게 통제하는 것도 문제다. 법률은 수시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가 일단 세율이나 DSR 규제에 합의하면 부동산 투자의 기대 수익률은 크게 변하기 어렵다. 부동산의 기대 가격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정부의 교육 정책과 대출 규제에 의해 변동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금융위원회가 금융협회의 약관을 고치거나 금융회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면 “기대”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지금 당장은 효과가 생길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이 부메랑으로 되어 돌아온다.
그간 대학 입시의 다양성을 시도했던 보수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고 입시의 공정성―결국 획일성―을 중시했던 진보 정권 기간에는 정권 고위층의 내로남불과 맞물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던 기억이 있다. 교육 정책은 어렵고 나 같은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준의 얘기는 아니지만,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연계하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는 점은 확실하다.
대학 입시 과열, 학생의 전공 선택 기회 박탈, 게다가 노력은 많이 하는데 결과는 초라해지는 데 따르는 분노와 좌절이 내적으로 축적(involution)되면 극단주의가 생겨난다. 교육 기회에서 배제되는 인재들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높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하락과 젊은이들의 극단주의화는 가속화될 수 있다.
사적인 교육열을 사회적 생산성과 연계시키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묘수는 서랍 달린 책상(bureau)이 아니라 공론의 장을 통해 정권 기간 내내 차분히 찾아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인재 채용과 교육 방법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이 일정 요건을 갖춘 지원자(예컨대 고졸, 저소득층, 지역 인재 등)를 고용했을 때 정부가 일정 기간 임금과 교육 비용을 지원하는 재정 투입 아이디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교육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평생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런 길을 열어 준다면, 부동산의 “기대” 수익도 낮아질 수 있다. 경기도 안 좋은데, 유동성을 틀어막는 방법은 오래 가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작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