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어른이 된 딸의 이야기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아빠, 엄마, 딸이 함께 사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딸이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지는 가장의 역할을 합니다.
<가녀장의 시대>는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 소설입니다.
<월간 이슬아>를 발행하며
글이 독자에게 닿기까지 불필요한 절차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던 이슬아 작가.
이슬아 작가는 <가녀장의 시대>를 통해
이번에도 전통적 권위를 버리고
가족의 새로운 질서를 보여줍니다.
가장의 자리에 가녀가 자리하며,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열립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슬아.
슬아는 출판사 대표이자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입니다.
슬아는 출판사 직원으로 부모님을 고용합니다.
출판사의 이름은 낮잠 출판사.
대표는 매일 낮잠을 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슬아는 가장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가부장 아래 무한 희생을 강요당한 어머니를 위해
'부모'가 아닌 '모부'라 부릅니다.
슬아는 살림과 돌봄을 제공했지만
먹고 남긴 음식처럼 관심받지 못한 어머님의 삶을 바라봅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사랑과 위로로
채워가며 가족이라는 팀을 이룹니다.
이슬아 작가님은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며 출판계의 이슈가 됐죠.
불필요한 과정은 삭제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새롭게 조합하는 것은 작가님의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은 집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흔히 가장이 바뀌어도 권력구도는 그대로인데
주인공 슬아는 가장이 되며
가부장제의 불편한 권위는 없앱니다.
책 속 가녀장의 시대는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출근 시간이 되면 가족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받습니다.
또 퇴근하면 자유롭게 휴식할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이의 일을 존중해 줄 때
가녀장의 시대는 삐걱대지 않고
평화롭게 굴러갑니다.
수평적인 부모 자식 관계는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합니다.
약해진 경계의 틈 사이로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흐릅니다.
가부장의 시대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낳으면 무한 희생과 책임을 강요받던 아버지, 어머니.
부모와 또 자식으로 책임지는 삶을 살았던 이들의 고단함을
슬아는 담백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비로소 부모를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가부장에 대한 반란이라기보다
사랑과 존중이 바탕에 흐르기에
이 가족은 팀으로 느껴집니다.
가족의 사랑과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가장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딸이 가장의 책임을 지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녀장이라는 단어는
왜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책 속 이슬아의 문장은 소설답게 가볍게 읽힙니다.
가벼운 문장에 현상과 사물을 꿰뚫고 비트는
작가의 시선은 감각을 더합니다.
드라마로 탄생된다고 합니다.
어떤 장르일까요? 코믹? 시트콤?
드라마로 제작될 가녀장의 시대도
이슬아 작가님의 다음 소설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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