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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욱이 Dec 23. 2024

1층으로 향하는 마음

아빠는 항상 엘리베이터가 우리 집 고층에 거의 도착할 때쯤 1층 버튼을 눌렀다. 어릴 때 나는 그 모습이 참 신기했다. 왜 굳이 1층 버튼을 누르시는 걸까? 그 행동은 나에게 조금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놔두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마치 자율적인 흐름을 따르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처럼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단순한 행동이 가진 묘한 여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빠는 왜 그렇게 하셨을까? 혹시 아빠는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 걸까? 하루 종일 바깥에서 지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몇 초라도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이었을까?


물론 이 모든 건 내 추측일 뿐이다. 사실 아빠에게 물어보면 단번에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항상 1층 버튼을 누르셨어요? “라는 질문에 아빠는 간단히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빠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이 질문을 품고 아빠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게 더 재미있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나에게 더 큰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곱씹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상상할 때, 우리는 단순히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걸 넘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깊이 탐구하게 된다. 아빠의 행동에 담긴 의미는 내가 아빠와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빠에게 물어보는 건 조금 미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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