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아

일상 속 생각 조각집

by 박여름

“괜찮아. 조금 천천히 해도 돼.”

나는 이 말을 주변 사람에게서 듣고 싶었다.

“잘하고 있어, 너는 특별해”라는 인정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카페라떼를 만들다가 문득 깨달았다.

조금 느려도 완성해 보자.

이 말은 결국 내가 나에게 해야 하는 말이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라떼아트는 내가 꿈꾸던 카페 로망의 첫 단추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시작한 일은 쉽지 않았고, 손님도 적어 연습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고, 라떼 주문은 다시 드물어졌다.

그래서 요즘은 라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은근한 불안과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오랜만에 라떼 주문이 들어왔다.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뒤로하고 그냥 해보기로 했다.

어쩌겠는가. 때로는 그냥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비록 멋진 하트나 튤립은 만들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라떼 한 잔을 완성했다.

그리고 뜻밖의 위로가 찾아왔다.

“어? 되네.”

걱정만 하며 피했더라면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순간, 처음 수영을 배우던 날이 떠올랐다.

호기롭게 버킷리스트를 채우겠다며 교양 수영 수업을 신청했지만, 물은 두려웠다.

“물에 빠져서 죽으면 어떡하지? 왜 하지도 못하는 수영을 시작했을까?”

불안이 가득했지만, 결국 계속 연습했고

지인의 도움으로 한 학기 마지막에는 자유형과 배영 50m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두려움이 앞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두려움은 조금씩 옅어졌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고, 때로는 내가 선택한 길조차도 고통스럽다.

회피 성향이 강한 나는 문제를 직면하는 일이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관계에서도 “같은 일이 두 번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피하고 도망칠 방법만 찾았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매번 피하는 건 결국 내 손해라는 것을.

내가 해야 하는 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이다.


뿌리가 얕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 쉽게 뽑혀 나가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시원함을 느낀다.

나는 아직 흔들리기만 하는 나무 같지만, 언젠가는 바람에도 굳건히 서서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나 또한 흔들리며, 젖으며 피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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