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긴 이야기
어느덧 시간은 흘러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오고 있다.
매일 가는 익숙한 길목의 나무들은 조금씩 색깔을 바꿔간다.
가을이 왔다는 걸 알리는 건 길가의 풍경뿐만이 아니다.
나는 이따금 마트를 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제철음식을 꼭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교육으로 나는 가을이 왔다는 걸 과일코너에서 다시금 느꼈다.
여름에 자주 보이던 아오리사과는 이제 붉게 익은 홍옥으로 바뀌었고
여왕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무화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릴 적 처음 먹었던 무화과의 맛은 그냥 물음표였다.
그렇게 달지도 새콤하지도 않은 무화과의 맛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대신 나는 아삭하고 달콤한 사과를 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는 가을만 되면
“가을엔 역시 무화과지.” 하며 무화과를 사 오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고
무화과의 맛이 특출 나게 단 것도, 시지도 않지만
은은한 가을의 맛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마치 가을의 낙엽처럼, 무화과를 한 입 먹으면 살짝 거친 껍질과 부드러운 단 맛, 톡톡 씹히는 씨앗이 매력적이다.
이제는 엄마가 왜 가을이 오면 무화과를 먹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 달고 새콤한 맛은 잠시나마 강한 자극으로 다가와 많이 먹지는 못하고 금세 질려버린다.
요 근래 많이 보이는 스테비아 토마토, 샤인머스켓과 같은 과일들이 그렇다.
그렇게 강하진 않지만 은근한 맛을 주는 무화과는 어찌 보면 비교적 심심한 매력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은은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무화과가 나는 좋다.
어쩌면 자극만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서 무화과 같은 존재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