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2

03월 24일- 엄마와 아빠 편지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야


오늘은 아침부터 찬기운이 없이 온화한 날씨야. 봄이 오려나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어. 집 앞에 한강이 몇 차례나 얼었다 녹는구나. 강물은 땅에 가까운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했다 가장자리부터 다시 녹기 시작하는구나. 인생의 변화와 회복은 체험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어. 혹독한 추위를 가장 가깝게 경험한 땅 가까운 물이 봄을 가장 먼저 경험해서 녹아지는 것인가 봐. 세형이가 있는 논산 훈련소도 오늘은 서울처럼 봄 냄새가 나겠지?


아들이 없는 서울은 그 어떤 것도 엄마에게 기쁨이 되지 않는구나. 봄날의 따뜻한 햇살도, 맛있는 음식도 엄마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지 못한다. 우리 아들과 이따금 아웅다웅하며 다투기도 했지만, 너는 살면서 엄마의 기쁨이고, 소망이고, 기대였기 때문에 아들이 없는 빈자리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구나. 지금은 밤 11시 어둠이 내리고 사방이 고요해졌어. 이 시간 우리 아들은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꿈나라로 가고 있겠지?


아들아, 엄마에게 부탁할 것 있으면 다음 편지에 꼭 써줘.
엄마는 우리 아들이 입대한 날로부터 매일 날짜를 세고 있어 오늘이 3월 24일이니까 입대한 지 22일이 되는구나. 아들이 있는 그곳의 국방부 국방부 시계는 어떻게 갈까? 느리게 빠르게 어느 쪽일까? 너와 투닥거리며 오손도순 살던 우리 집 시계는 좀처럼 가지 않는구나. 언덕을 내려가는 수레가 점차 가속이 붙듯이 훈련기간도 수료식을 향해 빠르게 지나가겠지?


시계는 잘 가니? 둔촌동에서 입대 전에 새로 약을 간 것이 제대로 잘 가는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보이는지 궁금하구나. 무엇보다 시간을 언제나 확인해야 하니까. 혹시 상태가 좋지 않으면 꼭 잊지 말고 얘기해 줘. 그러면 수료식 때 새것을 준비할게. 또 손톱, 발톱은 부대에서 잘 관리할 수 있니? 늘 엄마가 해주던 일이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구나. 잘하고 있지?


아들아, 눈은 괜찮니? 수술을 하고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없이 입대해서 걱정이 되는구나. 불편하면 의무실에 들려서 확인하거라. 우리 아들이 매사에 지혜롭게 잘하는 사람인 것을 엄마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엄마는 늘 걱정도 생각도 많구나. 하나님께서 우리 아들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확증했으니 언제나 도우심을 구하고 하나님을 의지하기 바란다.


잠 잘 자고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거라.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야


8시 퇴근, 8시 30분 집에 도착, 식사 후에 정리하고 9시 30분에 짐(GYM)에 도착 11시 30분 집에 와서 아들에게 편지 쓰기 시작. 네가 떠난 후에 엄마 아빠의 일과표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복되는 일상이다.


오늘은 운동 후에 샤워실에서 한 아저씨가 물었다.


"운동 가르쳐 주던 아드님도 요즘 안 보이고 운동 안 하세요? "


PT 선생님처럼 각을 잡고 기구를 하나씩 가르쳐 주던 네가 입대한 후에 역기, 아령, 덤벨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뭐든 정식으로 배워서 해야 하는 너는 운동기구의 사용법을 제대로 익혀서 아빠를 가르치려 했다. 제대로 배우면 힘들고 운동 후에 근육 통증도 생겨 어떻게든 뒤로 빼려는 아빠의 모습이 늘 대비되던 짐의 그림이 오늘은 그립구나. 근육 운동을 하는 기구 근처에는 아예 가지 않는다. 왠지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함께 들고 땀 흘렸던 기구들을 나 혼자 서서 힘쓰고 싶지 않구나. 바람 빠진 공처럼 근력도, 탄력도, 의욕도 20%쯤은 새나간 느낌이다. 그래서 거꾸로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러닝, 자전거 타기를 하고 샤워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다른 면에서는 열심을 내고 있다 아들이 쓰던 전자사전을 들고, 영어 소설을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 나가고 시편과 잠언을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아빠는 늘 아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여기서 내가 해줄 것은 없지만 우리 일생은 하나님의 시간에 따라 준비하고 계획돼서 주님이 원하시는 그릇으로 쓰임 받도록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훈련소의 모든 일정을 통해 인내와 지혜를 배우렴.

오늘 오후에는 비가 많이 왔다. 그만 비가 그쳐서 이뿌연 먼지가 말끔히 씻겨진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비가 오면 야외 훈련을 쉬었다는 기억을 해내고는 비내리는 오늘 날씨가 좋아졌다. 우리 아들과 훈련병들이 편안하게 실내에 앉아서 쉼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불편한 마음이 사라졌다.


마가복음 4:1-10절에는 위험한 지름길이 나온다.
사탄은 예수님을 유혹하며 주님이 확신하고 있는 것을 팔아버리라고 했다. 유혹은 예수님이 지치고 배고팠을 때 다가왔다. 사탄은 예수님에게 즉시 편하게 해 주고, 신선한 음식을 바로 가져다주며, 기적적으로 구출해 주고, 이 세상의 왕국과 영화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더 좋은 것을 알고 계셨고, 지름길이 위험한 것을 알고 계셨다. 그 지름길들이 고통이 없는 손쉬운 길을 제공해 줄지는 몰라도 결국 그 길들의 끝은 거짓과 불의가 고통과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예수님은 유혹을 당하시는 동안 "기록되었으되" 는 하나님의 말씀의 힘을 이용하여 이겨 내셨다.(4, 7, 10절) 예수님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임을 알고 견고히 붙드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훈련병의 시절은 어쩌면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나게 될 세상의 축소판일 수 있겠다. 세상도 눈물 날 일이 많단다. 하지만 우리가 고통받고 유혹을 받을 때 하나님은 우리도 도와주실 수 있다. 우리는 주님과 진리이신 주님의 말씀에 의지함으로 위험한 지름길을 피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아빠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하는 질문이다.


"만족을 얻기 위해 내가 쉽게 유혹받는 어떤 지름길이 있는가? 나 자신을 준비시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나님의 길은 쉽진 않지만 영원한 기쁨과 만족으로 이끌어준다.'"


아들아 사랑한다 축복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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