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05일-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월요일이다. 방금 점심을 먹고 왔다. 같은 실에 선생님이 딸 출산 기념으로 짬뽕을 쐈다. 돌 기념으로 밥을 산 경우는 있어도 출산 기념으로 밥을 먹은 것은 처음이다. 딸을 얻은 아빠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서 식당에서 싱글벙글했다. 아비가 자녀를 선물로 받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
까마득히 오래전에 '가람과 뫼'라는 그룹의 노래 중에 '생일'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가사가 이렇다.
"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네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 하얀 그 얼굴이, 네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하늘은 맑았단다. 구름 한 점 없더란다. 너의 첫 울음소리는 너무너무 컸더란다. 꿈속에 용이 보이고 하늘이 맑더니만, 네가 세상에 태어났단다. 바로 그 오늘이란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단다. 바로 오늘이란다."
자녀를 갖은 부모의 마음이 축제같은 기쁨으로 표현됐지?
성경에서도 자녀의 출생을 기뻐한 기록이 있다. 한나가 아들 사무엘을 얻은 후의 기쁨을 표현한 대표적인 구절은 사무엘상 2:1-10에 기록에 나타난 한나의 기도이다. 한나는 아들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담긴 고백을 했는데 특히 2:1이 핵심이다.
"한나가 기도하여 이르되 내 마음이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내 뿔이 여호와를 인하여 높아졌으며
내 입이 내 원수들을 향하여 크게 열렸으니 이는 내가 주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기뻐함이니이다."
마치 시편 기자가 자신의 넘치는 기쁨을 하나님께 고백한 것 같지?
그래서 생각해 봤다. 우리는 너를 낳을 때 어땠을까?
아빠는 그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첫 자녀를 갖은 부모들이 그렇듯 네가 엄마의 태중에 있다는 것을 안 후부터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았다. 엄마 아빠가 결혼한 후 삼 년 뒤에 너를 얻게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1년은 기도하고 공부하며 몸도 마음도 단정하게 준비했다. 엄마 아빠가 가장 바쁘게 일할 때였다. 엄마는 미술교사로 화가로 아빠는 고등학교 교사로 대학언어교육원 강사로 오가며 부지런히 살았다.
원칙을 정했다. "맑고 깨끗하고 향기롭게 살자."라고 다짐했다. 마음을 혼란시키고 분주케 하는 모든 미디어를 끊었다. 함부로 눕거나 함부로 말하기를 멈췄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듣고, 칭찬하는 말을 하고 여력이 닿는 대로 돕고 섬기는 일을 실천했다. 식탁에 앉아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자녀를 건강하게 기르는 일에 필요한 독서를 생활화했다.
아빠는 아직도 네가 태어나던 날, 너를 첫 대면하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너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너무 점잖아서, 잘 움직이지 않아서 병원에 몇 번이나 방문해서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점검하기도 했다. 출산 날에도 좀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엄마 뱃속의 평화를 잃고 싶지 않았나보다. 몇 차례 산통을 하기 시작한 엄마를 새벽에 병원에 데리고 갔다. 12시간이 지나도 네가 나오지 않아서 아빠는 학교에 다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오후에 출산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자연 분만이 어렵다는 의사 선생님 말을 들은 후 얼마 만에 너는 세상에 나왔다.
너를 첫 대면한 것은 병원 분만실 유리벽 넘어서였다. 보호자의 이름을 부르면 신생아실 유리벽 안쪽에서 간호사님들이 아이를 한 명씩 안아서 보여줬다. 아빠의 이름이 호명되고 아빠는 기대와 떨림으로 너를 기다렸다. 네가 한눈에 우리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기인데도 몸이 곧고 떡 벌어진 어깨에 눈을 두릿두릿하게 뜨고 앞을 지켜보았다. 그 감격의 첫 대면을 아빠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아빠는 너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를 썼다. 그리고는 엄마 곁에 누운 너에게 그 시를 읽어 주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러 네가 청년이 돼서 군대에 갔다니 믿어지지 않는구나. 부모는 언제나 자녀의 탄생부터 성장의 모든 과정을 자녀에게서 본다. 80먹은 노모가 60살 아들에게 매일 차조심해라, 물조심해라, 꼭꼭 씹어 먹어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방금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4월 11일 수료식 날에 가져올 것이 몇 가지 있다고 메모하라는구나. 너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도 했다. 책 제목을 몇 권 적었더구나. 네 책장에서 찾아 가마. 그와 함께 여드름약 톡클리어, 보충제 셰이크 등을 가져다 달라고 했구나.
그런데 아들아 수료식날 규정이 부대 공지사항에 떴다. 수료식 면회 후에 다시 귀대할 때 사제물품은 가지고 들어 올 수 없고 모두 압수된다고 쓰여있다. 자대 배치받고는 가져갈 수 있다고 하더구나.
군생활 중에 메모한 자격증 등을 딸 수 있는 통로와 방법도 알아봐 달라고 했지? 알아보니 군부대 내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자격증 공부 방법은 안 되는 것 같다. 나중에 자대 배치되고 나면 필요한 책을 사가지고 틈나는 대로 공부하는 전통적 방법을 이용-해야할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아,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여유를 가지고 건강과 생활을 규칙적으로 잘 관리하면 너의 명석한 두뇌와 순발력 을 발휘해서 언제든 원하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점심은 맛있게 먹었니? 잘 아는 동료들이 배식을 해서 점심시간이 날마다 즐겁다는 네 웃음 띤 소식이 참 재밌구나. 미운 녀석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대신에 친한 친구에게 고깃 덩어리 하나 더 주는 군대 배식이라니.
아들아 군복무를 하다 보면 네가 원치 않은 일로 어려움을 당하게 되는 일을 꼭 만나게 된다.
시편 56:1-56:13에는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주를 의지하리라!" 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나온다. 군대는 닫힌 세상이기 때문에 간혹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들로부터 너를 고통의 시간으로 밀어낼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때에 두려움과 분노에 떨며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이것을 허락하셨을까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때는 돌이켜서, 지금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이 고통 속에서 하나님이 결국엔 나에게 최선이 될 어떤 일을 행하고 계신다고 믿을 수도 있단다.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주를 의지하리이다"(시 56:3)
라고 한 시편기자의 고백을 날마다 기억하렴. 그러며 어떤 일이든 면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아빠도 살아가면서 이따금 견디기 힘든 일을 만나왔다. 그럴 때마다 더 세게 주님을 끌어안았다. 주님을 의지했다. 우리 주님의 사랑은 결코 다함이 없다. 그리고 기도했단다.
"주님 속히 오셔서 도와주소서. 어려울 때 주님을 의지하도록 가르쳐주시고,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시며 사랑의 팔로 나를 붙들고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하는 아들아 하나님 아버지께 매달려라. 하나님은 우리의 유일한 소망이란다.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