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19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방금 00이 형이 네가 궁금해하는 군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과 학습 방법 그리고 부대에 가져갈 수 있는 물품에 대해 상세히 알려줬다. 다양하고 생생한 정보를 제법 얻었다. 잘 정리해서 훈련 수료식 날에 가져다 주마. 요즘 군대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하더구나. 국가도 이 소중한 청년의 시기에 국방의 의무를 이수하는 청년들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로 제도가 허락되는 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단다.


자대에 배치되고 각자의 병과에 배속된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전문 교육을 잘 받아야 안전하고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한 사람의 실수나 무책임한 행동이 위태로운 상황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육과정이 모두 끝나면 자기만 성실하면 인터넷을 이용해 주말에 몰아서 자격증 준비를 할 수 있단다. 또한 매일 일과를 마치면 전공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한다.


네 진로와 전공에 필요한 자격증, 수험서가 필요하면 천천히 알려 다오. 지금은 그리 급한 것이 아닐 것 같다. 네가 군대에 입대했다는 소식을 들은 체육 선생님이 안부를 묻다가 조금 전에 들려준 이야기다. 자기 아들은 현재 독일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9년 전에 건국대 1학년을 다니다가 육군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점수에 맞춰 진로를 선택해서 늘 고민하던 중이었다. 자기보다 7개월 뒤에 후임병을 받았는데, 요놈이 제법 똘똘해 보이더란다. 한미합동 훈련 기간에 영어 통역이 부족해서 갑자기 이 신병이 맡게 됐는데 유창한 영어로 업무를 끝까지 잘 마무리 져서 자기 분대가 포상을 받게 되었단다. 그래서 너 어디 다니다 왔냐 물었더니 S대 법학과를 다니다 왔고 졸업 후에 독일에 유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너 오늘부터 나 공부 좀 가르쳐 줘." 하고는 영어와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체육 선생님의 말로는 라면상자로 3 상자가 넘는 책을 보내줬단다. 그리고 제대 후에 건국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 갔다. 언어 문제로 많은 고생을 하다가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 이놈 공부시키느라고 등골 빠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아버지 도와주세요! 하는데. 부모가 뭐예요. 자식이 해보겠다는데 믿고 밀어줘야지요. 고생고생 끝에 7년 만에 졸업하게 됐어요. 그동안 몸 고생, 마음고생, 돈 고생, 생각만 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쳐져요. 그래도 이제 끝내고 그곳에서 취직할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에요."


라고 했다. 너무 극적인 에피소드지? 예화는 평범하고 설득력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드문 예가 아닐까 싶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매달 상당한 유학 비용을 7년 동안 부쳐줘야 해서 그야말로 "개고생" 했다 한다. 그리고 그 아들이 선택한 길이 이전 보다 더 나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결정했다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 그 체육 선생님도 자식을 무작정 뒷바라지하는 일이 힘겨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이 가보고 싶은 길을 가도록 끝까지 밀어줬다는 자신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군대 분위기가 더 좋아졌겠지? 어쨌든 마음먹으면 공부할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위기인가 보다. 아들아, 군복부 기간 동안 몸도 마음도 새롭게 도약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너의 모습이 대견하다. 잘 계획하고 인내하고 실천해서 멋진 비상을 꿈꾸기 바란다.


화요일 오후 7시 27분이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들릴만큼 사무실이 고요하다. 이 고요와 적막, 하루 종일 들을 수 없었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자판을 두드리는 불규칙하고 투박한 소리, 일제히 빛을 뿜어내는 형광등에서 낮게 깔리는 소음, 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더듬어가며 감각의 촉수를 세우는 것도 홀로 남아 일하는 즐거움이 되는구나.


갑자기 군용 비행기의 연이은 프로펠러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크게 창밖에서 들려온다. 서울 외곽지역이니 항공 허가구역으로 지나쳐 가는 군수송기 소리일 게다. 가까이 있는 성남 서울비행장으로 가는 비행기일 듯싶다. 훈련소에 있는 우리 아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는구나. 컴퓨터 모니터 바탕에 깔려있는 훈련소 사진 속에 군복 입는 우리 아들을 힐끗 보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면, 내 아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떠올린다. 우리 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성장해서 자유롭게 비상하기 위해 겪어야 할 세상의 관문을 한 단계 한 단계식 넘어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빠에게 유쾌한 긴장이다. 너는 장점이 많은 아이다.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잠재력과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아이다. 게다가 그 안에 우리 하나님이 계시니 아빠가 얼마나 든든하겠니. 네 내면의 희망과 이상의 엔진이 머뭇거리지 않고, 멈추지 않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창공을 마음껏 비행해나가렴. 엄마, 아빠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은 단순히 장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들이 펼쳐갈 새로운 세상과 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상상해 보면,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기대가 된다. 인생의 갈피마다 다양한 상황들을 만나서 기막히게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성취해 나가는 네 모습을 보고 싶다.


"비행을 그저 먹이를 구하기 위한 용도로만 생각하는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하늘을 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 조나단>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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