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왔다. 핸드폰에 네 전화(1633) 번호가 30분 전에 1분 간격으로 두 번 찍혔더구나. 아이코~~!!! 그만 네 전화를 받지 못했다. '안타깝다.' 생각하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전화다. 부부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 네 전화를 못 받아 아쉬워할 아빠를 생각하고 전화했단다. 엄마 말에 의하면 30년쯤 함께 살면 아빠의 뒷모습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고 한다. 사실 엄마의 주장이다. 아빠는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와 얼굴을 보고 마주 앉아도, 거두절미하고 무슨 말을 할 때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핀잔을 듣곤 한다.
"여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
"여보, 그거 어디 있는지 알지?" " 그거? 뭐?"
우리 집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다. 눈치, 코치 없는 아빠로 인해 엄마가 고생이 많다.
엄마는 오늘 노남이 아줌마를 만나러 간다. 엄마가 네가 입대한 후에 두문불출, 꼼짝도 하지 않으니, 노남이 아줌마가 '심심해, 뭐 해, 나랑 놀아줘 등등', 무수히 많은 문자와 이모티콘을 날려서 오늘 만나러 간다.
아빠는 곧 점심시간이다. 아빠야 음식에 호불호가 없고 뭐든지 잘 먹는 '머슴 스타일'의 취향이지만, 우리 아들은 음식에 진심인 푸드스타일리스트급이 아니겠니. 훈련소에서 아들이 좋아할 만한 맛있는 메뉴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음식에 취향이 없는 아빠와 아빠의 세대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배척받는 시대에 살면서 입은 닫아도 내 몸의 DNA에 파랗게 살아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음식은 먹고 즐기기에 앞서 생존의 차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빠도 서서히 우리 아들처럼 먹는 것이 기쁨이 돼 가고 있다. 오래전 너와의 대화에서 네 삶에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신선했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순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고 했다. 좋은 직장을 갖으려는 노력도 무엇이든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삶을 누리게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역시 너희 세대는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기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네게 편지를 쓰다가 훈련소에서 온 단체사진 제2탄을 봤다. X-Man처럼 가슴에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이다. 첫 번째 사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얼굴도 샤프해졌더구나. 몸도 훨씬 날렵해졌고 스타일도 훨씬 좋다. 균형 잡힌 몸에 탄력 있는 근육이 군복 속으로 감지된다. 이번 사진에도 얼굴은 다소 굳어있고 웃음기가 별로 없구나. 카메라 앞에 서면 표정이 굳어지는 평소의 네 습관일 것 같다.
엄마는 늘 우리 아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지 말 안 해도 알겠지? 4월 11일 훈련소 수료식에서 네게 가져갈 음식 리스트를 열 번은 더 썼다 지웠다 한다.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소고기 등심스테이크, 잡곡밥, 샐러드, 맑은 된장국, 마늘장아찌, 깻잎, 키위, 배, 딸기, 던킨 도너츠, 아이스커피, 떡 등을 준비할 예정이란다. 길지 않은 면회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위해 지웠다 넣다 계속 고심 중이다.
아빠는 이제 곧 퇴근한다. 집에 돌아가서 밥 먹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한 후에 짐(GYM)에 가서 씻고 엄마와 얘기를 나누며 네게 편지를 쓸 거다. 이것이 엄마와 아빠의 요즘 행복한 일과다. 사람들의 말로는 자대배치받고 나면 언제나 전화를 할 수 있어서 이 안타깝고 애절한 시간은 곧 끝난다고 한다. 그때는 그때 일이고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아들과 소통해야겠다.
아들아 그럼 이따 저녁때 다시 쓰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