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래
벚꽃숭아리 같은 눈이 수북수북 쌓이는 날
하늘은 지붕 가까이 내려와 멈추고
골목길도 소란한 일상의 흔적도 모두 지웠다
산자락도 잠시 숨을 죽이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마당의 감나무 위에 봄과 여름과 가을이
하나 둘 지나가고 빈 하늘 빈 가지엔
빠알간 홍시 몇 알 남아
조만치 밀려오는 한 줌 볕살을 기다리고 있다
눈과 얼음에 덮인 들판을 넘어서 석양이 질 때
상수리나무 위에서 짖던 까마귀들도
어두운 숲 속을 향해 고된 날개를 접는다
멀리 깊이 숨어 살아서 길고 진한 꿈을 꾸면 좋겠다
어렵고 두려운 세상인들 참아내지 못하겠는가
매서운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대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숲 속에 흩날린다
겨울이 오고 이렇게 눈이 내리면 당신과 함께
눈 쌓인 들판을 푹푹 밟고 걸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휘익 들판을 쓸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