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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by 순례자

노랑나비

목향원에서 아내와 점심 맛나게 먹고

오르막 거뜬하게 올라 들른

흥국사 작은 뜨락에 노랑 매리골드

한 무더기 피었습니다.

성큼 다가섰더니

노랑나비 떼가 꽃 위에 앉았는데

어느 것이 꽃인지 어느 것이 나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작은 꽃에 매달려 꿀을 빠는 모습이

참 앙징맞습니다.

더러는 날개가 찢긴 나비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작은 생명이 안쓰럽습니다.


나는 것은 제 어깨에 짊어진

중력의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고 살아갑니다.

황혼 녘에 게 된

크고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만 하지

않으면 인생은 살아 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아침에는

해가 뜨고 비가 내리고 푸른 바람이 불고

사랑하는 이와 차를 마시며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일 수 있습니다.

나비는 제 날개에 묻은 한바탕

가을 햇살의 무게를 가볍게 털어 버리고

파란 하늘에 노랑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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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