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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목향원에서 아내와 점심 맛나게 먹고
오르막 거뜬하게 올라 들른
흥국사 작은 뜨락에 노랑 매리골드
한 무더기 피었습니다.
성큼 다가섰더니
노랑나비 떼가 꽃 위에 앉았는데
어느 것이 꽃인지 어느 것이 나비인지
알수 없습니다.
작은 꽃에 매달려 꿀을 빠는 모습이
참 앙징맞습니다.
더러는 날개가 찢긴 나비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작은 생명이 안쓰럽습니다.
나는 것은 제 어깨에 짊어진
중력의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고 살아갑니다.
이순 즈음에 알게 된 것은
크고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만 하지
않으면 인생은 살아 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아침에는
해가 뜨고 비가 내리고 푸른 바람이 불고
사랑하는 이와 차를 마시며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헤일 수 있습니다.
나비는 제 날개에 묻은 한바탕
가을 햇살의 무게를 가볍게 털어 버리고
파란 하늘에 노랑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