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거부하는 2030, 그 안에 숨은 진짜 질문

회피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의 방식인가

by 아우리

“승진이요? 지금도 충분해요.”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올라야 하는 계단처럼 여겨졌던 ‘리더’라는 자리가, 이제는 선택적으로 거절되는 흐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2030세대 직장인 중 절반 가까이(47.3%)가 “리더가 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승진을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답한 이들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니,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들은 왜 리더가 되려 하지 않을까

이런 흐름을 ‘리더 포비아’ 혹은 ‘언보싱(Unbossing)’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단순히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터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퇴근 후에도 울리는 메시지, 회식 뒤에 남는 보고서. ‘리더’라는 이름 앞에 붙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래라 저래라’보다 ‘같이 해보자’가 더 익숙하고, 수직적 조직보다는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불확실성에 솔직합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팀의 성과가 좋지 않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로 향할까요. 그 부담이 버겁게 다가오니, 차라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멈춤 뒤에 보인 것들

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진급은 단지 목표가 아니라 ‘삶의 궤도’였습니다. 한 계단씩 오르는 것이 당연했고, 그걸 놓치면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급에서 밀렸을 때, 마음이 크게 무너졌습니다. 그 허탈감은 단순히 직책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왜 멈췄을까?”
“내가 해온 노력은 의미 없는 걸까?”
자존감도, 존재 이유도 같이 흔들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제가 왜 그토록 올라가려 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위로 올라간다는 건 나를 증명하는 일처럼 여겨졌고, 리더가 된다는 건 나를 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젊은 세대가 리더를 주저하는 모습을 볼 때, 처음엔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과 지금 이들의 선택을 나란히 놓고 보면,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돕고 연결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 직책이 아니라, 영향력을 주는 방식이 리더십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영향력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따뜻한 피드백을 건네는 일, 팀이 막힐 때 한 발 먼저 움직여보는 일.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조용한 리더십’이 되는 셈입니다.


그냥 두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리더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조직은 점점 방향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결정은 늦어지고, 책임은 공중에 떠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가 불만은 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상태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의 자리는 무겁지만, 그만큼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피하는 순간, 제 가능성의 문도 조금씩 닫힐지 모릅니다.

리더가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어떤 영향을 남기며 일하고 있는가.”

요즘 저는 그 질문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 그 질문 앞에서 스스로에게 답해봅니다.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이라면, 그 시작은 아마도 내가 먼저 바뀌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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