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콘서트 예매보다 더 치열했던 하루
얼마 전, 우리는 아버지 묘지를 개장해 화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0년 넘게 모셔온 자리였지만, 더는 자손들이 묘지를 잘 돌보지 못할 것 같다는 엄마의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정리를 하기로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할 것인가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천주교 신자라 ‘손 없는 날’ 같은 미신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개장 이야기를 꺼내고 나니, 엄마는 손 없는 날을 고르고 싶어 하셨습니다.
“괜히 자손들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더라.”
엄마는 조심스레 말씀하셨습니다. 믿지 않으려 해도, 막상 현실이 닥치면 사람 마음은 흔들리는 법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올해 7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가 윤달이었습니다. 손 없는 날과 윤달이 겹치는 이 기간은 개장이나 이장을 하기에 좋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개장 신고를 마치고,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들어가 화장장 예약을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윤달 기간, 전국 모든 화장장이 이미 마감 상태였습니다.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손 없는 날의 힘은 아직도 유효했습니다.
다시 8월 예약이 열리는 7월 1일 자정. 저는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하듯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대기 인원이 수천 명이라는 사실은, 신청 버튼을 누르자마자 대기 화면으로 바뀌며 알게 됐습니다. 결국 나보다 0.5초 빨리 신청한 사람들에게 밀려 예약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예약 후 실수로 취소한 자리가 열리기를 바라며 새로고침을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간신히 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고, 엄마는 “참 잘됐다”며 안도하셨습니다.
그날 새벽, 생각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 가족조차 ‘손 없는 날’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믿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두려움과 책임이 너무 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믿음이 있든 없든, 마음 한구석에는 늘 ‘혹시’라는 감정이 자리합니다. 손 없는 날을 고르는 것도 미신을 믿어서라기보다는 ‘조금 더 조심하고 싶은 마음’일지 모릅니다.
사소해 보이는 그 마음이, 어쩌면 사랑이고 애도이며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누군가를 잘 떠나보내고 싶다는 다정한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그날 새벽의 예약은 단순한 일정 조율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한 책임감,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마음을 다잡는 통과의례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비로소 사랑했던 이를 온전히 보내고, 남겨진 우리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