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건 삶의 방식이에요

소유의 시대를 지나, '덜어내는 삶'으로

by 아우리

“한때는 욜로였지만, 지금은 요노야.”
요즘 2030 세대 사이에서 들리는 말이랍니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욜로(YOLO)’에서, ‘You Only Need One(요노)’―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라진 건 소비 습관만이 아닙니다. 그 변화에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 전체가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싸야 의미 있는 걸까

최근 한 방송에서 2030 세대의 소비 변화를 다룬 영상을 보았습니다. 고물가 시대, 이들은 명품 대신 ‘듀프(dupe)’를 선택합니다. 듀프란 모조품이 아니라,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대체상품을 뜻합니다.

샤넬 립밤 대신 다이소 립밤, 버킨백 대신 11만 원짜리 버킷백.
‘가짜’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삶의 철학을 택한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과시할 필요가 없다는 선언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늘 더 가지라고, 더 누리라고 배워왔습니다. 저 역시 브랜드의 힘을 빌려 제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던 시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언제나 피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브랜드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들고, 커피 한 잔도 취향 있게 마시려 애썼지만, 문득 돌아보면 ‘나는 누구인가’보다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요즘의 2030은 어떤 면에서 더 단단해 보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나를 설명하는 건 내가 가진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고.

실속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취향을 놓치지 않는 그들은 새로운 의미의 ‘갓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적당히 살아도 괜찮다는 용기

요즘 다시 주목받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뚜레쥬르의 ‘9,900원 무제한 빵 뷔페’. 오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몰리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습니다.

메가커피의 1,500원 아메리카노, 다이소의 2천 원짜리 화장품도 ‘갓성비’로 입소문을 타고 품절 사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불황이 있지만, 단순한 절약만이 아니라 “있어도 안 쓰고,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의 자세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삶은 꼭 크게 이뤄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고, 조금 더디더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만 살아도 괜찮다고.

‘적당히 사는 것’도 시대가 허락한 새로운 지혜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과시보다 실속이, 가짐보다 덜어냄이 더 아름다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많이 가졌다고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오늘의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느새 제게도 작지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당신의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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