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단톡방에서 마주한 ‘정보 편식’의 그림자
요즘 아침은 AI로 시작합니다.
날씨, 뉴스, 일정까지 내 비서처럼 알려주고, 출근길엔 취향을 저격한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마치 나를 잘 아는 친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운동 모임 단톡방에서 한 분이 정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요즘 사람들 다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 순간 어딘가 불편했습니다.
그 ‘요즘 사람들’이란, 사실 그분이 매일 접하는 알고리즘 속 세상이었으니까요.
유튜브, 뉴스 앱,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정보만 반복되고, 익숙한 목소리만 크게 울리는 환경.
그 안에서 그는 점점 더 확신을 키워가고 있었고, 정작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도 ‘혹시 나도?’라는 찜찜함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나 역시 자주 보던 채널, 편한 뉴스만 찾고 있었으니까요.
AI는 우리가 오래 머문 화면, 자주 누른 ‘좋아요’, 반복 검색어를 바탕으로 정보를 추천합니다.
그 결과, 나와 비슷한 시선만 자꾸 반복되고 낯선 의견은 점점 멀어집니다.
결국 내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만 증폭되는 ‘에코챔버’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저는 작은 시도를 합니다.
평소 보지 않던 언론사의 기사도 일부러 클릭해 보고, 검색 기록을 지우거나 시크릿 모드로 뉴스를 검색하기도 합니다. 반대 입장을 담은 칼럼을 읽고, 낯선 시선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연습 중입니다.
처음엔 불편하고, 때로는 짜증이 납니다.
‘왜 이런 얘기를 굳이 들어야 하지?’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제가 몰랐던 맥락과 생각의 여백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AI는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도구이지, 우리를 대신해 생각해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이렇게 물어봅니다.
“이 정보는 왜 나에게 추천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다른 시선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어떤 정보와 마주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때, AI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디지털 시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