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
며칠 전, 또 한 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해자는 그녀를 수개월간 스토킹 했고, 피해자는 세 차례나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했고, 순찰을 강화했으며 접근금지 조치도 취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일터까지 찾아와 결국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분노보다는 슬픔이 더 컸습니다.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다, 마음 한가운데에 박힌 의문 하나.
왜 그는 멈추지 못했을까.
곧이어 떠오른 또 하나의 질문.
그와 같은 사람들은 왜 점점 늘어나는 걸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나 서운함.
그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성숙한 개인은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느끼고, 때로는 슬퍼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으로 천천히 돌아옵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건강한 감정 조절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감정을 자신 안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타인의 삶에 던져버립니다. 상대의 경계를 무시하고, 통제하려 들며, 결국은 파괴로 나아갑니다.
그가 스스로 멈추지 못했다는 건, 그 감정의 무게를 자기 안에서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그런 감정에 휘둘려 타인의 삶을 위협하거나 망가뜨리는 또 다른 ‘그들’이 존재합니다. 나 역시 예전에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스스로를 망가뜨렸던 한 사람을 가까운 곳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도 고통받았지만, 결국은 그 자신이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히다 외롭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감정은 그렇게, 타인을 해치지 않아도 자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걸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개인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들여다보아야 할,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스마트워치, 접근금지 명령, 순찰 강화 같은 보호 조치는 피해자의 삶을 지키는 데 여전히 미흡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 격리, 조기 구속 등 보다 강력한 조치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완벽해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개인이 늘어난다면 그 제도는 늘 한 발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합니다.
나는 내 감정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감정을 다루는 법을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고 있는가?
우리는 어릴 적부터 감정을 조절하는 법보다는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법을 배워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어느 날, 통제되지 못한 감정이 사회적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느끼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나 그것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일상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가 멈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쉬움이 또 다른 ‘그들’을 멈추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감정을 배워 나가는 길을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