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허락되지 않는 당신의 삶을 보며
얼마 전 뉴스에서 ‘실버크로스’라는 단어를 들었습니다.
60세 이상 세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청년을 앞질렀다는 보도였습니다.
누군가는 ‘100세 시대의 활력’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 마음은 서늘했습니다.
그 숫자가 말하는 현실은 활기가 아니라, 쉼 없는 노동일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전역한 동기와 선배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평생의 임무를 다했지만, 그들의 하루는 여전히 낯선 분야와 새로운 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자녀의 학비, 집안의 책임, 불안한 내일.
이유는 달라도 멈출 수 없는 삶의 무게는 비슷해 보였습니다.
어떤 선배는 전역 후 한 회사에 들어가 밤낮없이 일하다 결국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시간을 “아직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라며 자랑스러워하는 듯했습니다.
저 역시 전역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여전히 현역 시절처럼 강도 높은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마음 한쪽에서는 ‘언제까지 우리는 달려야만 하는 걸까’ 하는 억울한 마음도 스쳤습니다.
존경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고, 동시에 그 모습 속에서 미래의 제 자신을 보는 듯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제 됐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쉬면 뒤처진다는 두려움은 은퇴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청춘을 바쳤지만, 그 대가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각자도생의 길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멈춤은 곧 불안이 되고, 쉼은 오히려 죄책감이 드는 삶이라니…
그래서 ‘실버크로스’라는 단어가 활기찬 노년의 이름이 아니라, 쉼 없는 현실의 자화상처럼 들려 더 서글펐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쉰다”라는 말을 담담하게 내뱉는 요즘 젊은 세대가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평생을 달려온 이들은 쉬는 것조차 어려워할까요.
혹시 너무 열심히 달려온 세월이, 쉬는 것을 두렵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요.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끝없는 노동이 아닙니다.
멈추어도 괜찮다는 믿음, 그리고 멈춤이 주는 평안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