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믿음은 안녕하신가요?

믿음과 복종, 그 위험한 경계에 대하여

by 아우리

얼마 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와 <나는 생존자다>를 보며 오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화면 속에서 드러난 실상은 차마 눈을 마주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신앙’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믿음’이라 말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의 삶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한 개인을 ‘신’이라 믿고, 그 앞에서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었을까요.
그 질문은 단순히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믿음’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믿음이 길을 잃을 때

다큐에 등장한 JMS 사건, 오대양 집단 자살,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공통된 점은 ‘믿음’을 빌미로 사람들을 옭아매고, 교주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JMS 교주의 범죄 앞에서 증언하던 여성들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은 돌처럼 가슴을 눌렀습니다.

놀라운 건,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순진해서 빠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 중 다수는 “처음엔 선한 공동체라고 믿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파괴된 건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존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존엄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를, 생존자들의 고백은 절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믿음과 복종, 그리고 그 위험한 변질

저는 다행히 종교적 경험으로 큰 상처를 겪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군에 있으면서, ‘믿음’과 ‘복종’을 통해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건강한 믿음은 국가와 공동의 목표를 향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믿음 속에서도 늘 견제와 질문이 허용되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조직을 지켜주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한 개인을 향한 맹목적 충성으로 바뀌는 순간, 조직은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다큐 속 사이비 종교의 모습이 바로 그 비극의 증명이었습니다.

이처럼 조직의 형태는 달라도, ‘믿음’이라는 거대한 힘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질문할 줄 아는 믿음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다짐을 합니다.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아는 믿음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위 있는 말이라 해도 그대로 삼키지 않고, “왜?”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있을 때, 믿음은 누군가의 굴레가 아니라 나를 지켜내는 힘이 됩니다.

다큐의 마지막에서 한 생존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피해자가 아닙니다. 이제는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그 단단한 목소리에서 저는 믿음의 진짜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국 좋은 믿음이란, 누군가의 지배 아래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련 속에서도 끝내 나를 지켜내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믿음은, 나를 지켜내고 있는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갉아먹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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