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한국인일까

다름 속에서 다시 묻는 한국인의 얼굴

by 아우리

평생을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제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전역 후 아이들을 가르치며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 다른 얼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제가 가르치는 센터에는 아버지가 조선족이라 아직 중국 국적을 가진 아이도, 베트남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아이도 있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이 아이들의 마음속 조국은 어디일까.

하지만 그 궁금증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곧 깨달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이미 대한민국 그 자체라는 것을.

‘우리나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지면 누구보다 속상해하며, 우리 문화가 해외에 알려지면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

그 옆에서는 다른 아이들도 ‘다문화’라는 단어조차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친구로 어울립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선, 작은 편견조차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예전의 제도, 여전한 편견

예전에는 제도적 차별도 있었습니다.
2009년 병역법 개정 전까지는 혼혈인의 피부색 같은 외모적 조건을 이유로 군 면제를 주기도 했습니다. 아시아계 혼혈은 군대에 가고, 흑인계·백인계 혼혈은 면제되는 식이었습니다. 같은 한국 국적을 가졌어도 피부색 때문에 병역의무가 달라졌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인권 침해라는 비판 속에 제도는 폐지되었고, 지금은 당연히 모두가 같은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고쳐졌다고 편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얼마 전 한 귀화 한국인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았다며 SNS에 감사 인사를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국적을 취득했고, 세금을 내며 합당하게 지원 대상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내 세금 내놔라”, “외국인이 왜 받느냐”라는 혐오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편견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더 한국적인 한국인들

반면, 얼굴색이 달라도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뜨겁게 대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육상 단거리 유망주 조엘 진 선수는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단독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와 세계대학경기대회 계주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우승 순간 “설마 우리나란가?”라며 감격한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한국적이었습니다.

태권도의 변재영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국적은 대한민국. 그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자유품새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태권도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국을 대표해 뛰고, 한국을 ‘우리나라’라 불렀습니다.


누가 더 한국인일까

이제 ‘누가 더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은 외모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답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얼굴색이 다소 달라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대한민국을 ‘우리나라’라 부르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수많은 특혜를 누리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일부 특권층이나, 공동체의 고민 없이 이익만 좇는 이들의 모습보다 훨씬 더 진정한 ‘한국인의 얼굴’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들이 차별 없이, 오히려 당당히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누가 한국인인가’를 묻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 서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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