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첫 취업한 회사는 집에서 가까웠다.
외국계 중소기업이었고,
대체로 모든 서류가 영어로 되어 있었다.
나는 영어를 못 했다.
면접 당시 "영어 공부를 하겠다"라고 했지만,
취업 후 다닌 월 40만 원짜리 영어 수업은 두 달로 그쳤다.
내 월급이 세금을 떼고 140만 원이였으니,
꽤 큰 지출이었다.
영어 학원에 간 이유는 단순했다.
서류가 다 영어였고,
직원 안내문도 영어로 가득했다.
영어도 못 하는 내가 영어로 문서를 쓰다 보니 스펠링에 오탈자가 있었다.
내 사수는 틀린 것을 고쳐주기보다 "찾아봐"라는 말만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일을 하기보다 '틀린 그림 찾기'를 했다.
나는 인사부였지만,
인사일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 조금 배웠다)
나는 총무일을 했고, '보안'이라는 명목 하에 건물을 순찰했다.
또, 가끔은 일찍 출근해서 운전도 했다.
주말에는 타 부서에 지원을 나가 일을 하기도 했다.
가끔 팀장님이 "하찮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나를 놀렸다.
하찮은.
어느 날은 "HR의 HR이 무슨 뜻인지 아냐"라고 물어봤다.
잘 몰랐다.
나는 인사부였고,
HR이라는 스티커가 책상과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HR의 풀네임을 알지는 못 했다.
관심도 없었다.
"H는 휴먼, R은 리서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답한 내 대답에,
너무 고요했다.
채용 공고에 명시된 것처럼.
나의 업무는 잡다했다.
그래도 명함은 그럴 듯 한 직무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GA/Security Officer
그래서, 명함 만드는 양식의 예시로 내 직무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내 잡무 중 하나는 명함을 신청해주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이 뒤집어졌다.
명함 신청서를 검수하면서,
거기 적힌 직함을 그대로 보내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그 직함은 GA/Reservations Officer였다.
나는 분명 제대로 읽었고,
“아, 저 사람도 GA를 하나 보다.” 하고 아무 의심 없이 진행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에서 GA를 쓰는 건 나뿐이었다.
그날,
신나게 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