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P 씨의 침묵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1편

by 인유


“지금… 무슨 짓이세요!”


내 말은 공중에 흩어졌습니다.
‘읽음’ 표시가 사라진 뒤, 아무 변화도 없었습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손끝은 화면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고,
숨은 얕아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공포와 의심 사이, 그 어딘가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저 사람은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걸까.
아니면… 괴롭히고 있는 걸까.’


이모티콘 하나마저 조롱처럼 보였습니다.
익숙한 웃음인데,
그 웃음이 비스듬히 기울어 나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문득 떠올랐습니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P 씨가
가자미 눈으로 힐끔거리며
입꼬리만 올린 채 웃고 있는 얼굴.


불쾌함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차올랐습니다.


“P 씨… 저한테 왜 이러세요.
혹시 제가 뭘 잘못했나요?”


숨 막히는 정적.
‘읽음’ 표시만 꺼졌다 켜졌다 할 뿐,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저는 P 씨한테 나쁜 감정 없어요.
그런데… 혹시 저를 싫어하시는 건가요?”


말을 하면서도
P 씨의 웃는 얼굴이 눈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나는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대화창엔 내 말이 차올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P 씨는 여전히 침묵으로만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울분이 목 끝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침묵만 지키던 내가 목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 이건 정서적 폭행이에요.
P 씨, 지금 SNS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저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계시는 거… 아시나요?”


말이 끝나자 ‘읽음’ 표시가 떴습니다.
곧,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후후… 정서적 폭행이요…”


그 말에 나는 움찔했습니다.
내가 고른 단어가 되레 나를 찔러왔습니다.
잠시, 내가 가해자가 된 듯한 자괴감이 스쳤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놀라다 보니,
단어 선택이 좀…”


내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P 씨는 여유로운 말투로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숨이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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