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

호상

by 들국화

호상은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산 사람의 상사를 말한다.

그야말로 잘 산 삶이라서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자연사하는 이별을

우리는 누구나 꿈꿀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예정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죽고 싶지 않은 사람 또한 몇 있을까.


어제 조문을 다녀왔다.

그분은 올해 93세로 치매를 앓으셨다.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두어 차례 다니다 병원에서 주는 죽을 먹지 않아 칠순을 바라보는 며느리가

하루 건너 죽 배달을 한 집이다.

늘 시어른 모시는 것에 힘들어하던 며느리는 나의 지인이며 소설가다.

소설 속에서나 읽을 법한 이야기가 바로 그 집 이야기였다.

불편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어른들은 급하게 떠날 채비를 하고 계신 모양, 이틀 전

자식끼리 분란이 있어 초상 치를 때 오지 마시라 서로 언성을 높였다 들었는데 이틀 후

황망히 길 떠난 시어머니, 그 사실을 아시는지 더는 자식들 사이 틈 벌어지는 것이 싫으셨는지

간단하게 떠나셨다.


꽃 지듯 지고 말 인생들이여!

무엇을 탓하며 서로를 원망하겠는가?

92세 우리 엄마도 언젠가 이렇게 바쁘게 가실 것이다.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이승에 미련이 남아 매일을 고군분투하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연한 가을이 올 것이다.

어제의 조문처럼 울음소리 나지 않게 안으로 깊어질 가을은 올 것이다.

붉게 단풍지는 그 잎사귀 사이로 바람 같이 사라질 운명을 안고 사는 우리들.

손아귀에 낙엽 한 장 움켜쥐고 가지 못할 불쌍한 인생에게 오늘 아침 문득 절하고 싶어 진다.

유연하고 편안하게 상대를 바라보고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울컥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밥물 끓는 시간


밥통에 밥이 비었다는 사실을

새벽 네 시에 알았다

잠결에 일어나 쌀을 안쳤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꿈결에

젖비린내 달큼한

밥물 끓는 냄새

어머니가 무쇠솥을 녹인다

방바닥이 데워지고

다음 날은 내가 더 쑥쑥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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