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엇박자 같은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에 새벽잠을 깼다.
주말인데 시골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타박하며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다.
뚝 뚝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에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아, 바람이 거세게 불어 어닝을 두드렸구나.
그제야 소리의 진원을 찾았지만 거슬리는 소음을 귀 틀어막고 보지만
바람 앞에 이길 장사가 없었다.
잠옷 바람에 어닝을 접으려 문을 여는 순간, 첫눈이 데크에 소복하다.
텅 빈 가을 논에도 미처 뽑지 못한 무밭에도 배추 머리에도 하얗게 쏟아져있었다.
아직 덜 떨어진 국화꽃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간밤에 오신 첫눈을 위해 바람은 그렇게 매섭게 울었나 보다.
얼어붙은 어닝 접기를 포기하고 다시 따뜻한 이불속에서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얼마나 기다렸던 주말인가.
혼자다.
완전한 나를 찾아야 할 시간.
대충 집 청소와 아침밥을 해결하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근 후 차를 몰아
한적한 커피점으로 갔다.
빵 하나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하늘도 보고 눈 내린 산들도 보며 일주일의 바쁨과 피로를
녹인다.
눈앞에 보인 책 중 하나를 골라 앉는다.
신현림의 서른 살 이야기다.
잊고 있었던 시와 나의 서른 살 열정이 다시 일어나는 시간.
햇빛은 뜨거우리만큼 따뜻하고 시끄러운 찻집에서 나는 혼자 행복한 섬이다.
책 속에 빠져 잡다한 일상을 잊었다.
두 달 남짓 남은 나의 예순의 날들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떻게 살아갈까, 일흔의 날에는 예순을 그리워할지 살아남아 있을까.
첫눈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진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