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없다는 것

그리운 사람 없다는 것

by 들국화

화면에서 나에게 물어온다.

그리운 사람이 있느냐?

자연에서 사는 여자는 자연과 함께하지 못한 어머니가 그립다고 한다.

햇살 받으며 차 한 잔 나누고 싶다며 그리움이 한껏 묻어나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는 그리운 사람이 있던가.

벌써 내 곁을 떠난 사람은 다섯이나 되지만 그 누구도 그리운 순간이 없다.

추억이 없으니 어떤 물건이나 어느 공간에 스미는 따뜻한 그 무엇이 없다는 말이다.

한 달 전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떠나고 나면 그 빈자리가 느껴진다거나 보고 싶다거나 그런지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본다.

보고 싶지요, 대충 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건 사랑이 없었다는 것일까.

가끔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나, 차가운 심장을 가졌을까.

스스로 물어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떠오르는 추억이 없다는 것, 함께 같이 한 것들이 없다는 것, 그런 것들이 그리움의 무게를 싣고 있다는 걸

예순에 알아간다. 그것도 같은 피를 나눈 두 사람을 잃고서 깨달았다는 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연말이 다가오는지 송년회 언제 할지 날짜를 묻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올 한 해,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작년과 다름없이 글을 읽고 글 쓰고 기타와 드럼과 영어 회화와 그리고 잠과 질투와 좁혀지지 않는 사랑의 진리 앞에 발목이 푹푹 빠지는 삶을 산 것 같다.

좀 더 나에게 충실히 하고자 다짐하며 실천하며 살았지만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적절히 섞여야 맛이 난다고 화면의 여자는 일침을 놓는다.

산마루에 앉아 자신보다 낮은 집들과 길들을 보며 여자는 행복해한다.

다시 태어나도 자연과 함께 살 것이라 말하는 여자의 다짐을 들으며 방으로 들어와 내 그리운 것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 묻고 싶다.

가는 해와 함께 구질구질한 그립지 않은 것들을 다 버리고 그리운 사람 한둘 생겨나길 바라는 내년을 기대한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이별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지 더 깊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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