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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쌍쌍바, 어른 말고 얼음, 이럴 때 쓰는 말이..., bgm

by 문나인

추락한다. 내 마음이 어딘가로 끝도 없이 추락한다.

가속도가 붙으며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뜨거운 바람이 보호막인양 나를 감싸 안는다.

바람은 언제나 날 힘들게 했는데, 이토록 의지되는 순간이 올 거라 단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난 영원히 바람과 같은 방향이다. 그것에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비록 영영 다시 눈을 뜨지 못할 어느 순간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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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쌍바


그 낙타 등허리 같은 모양의 아이스크림 하나를 뜯었다.

막대기도 두 개, 볼록한 것도 두 개, 언뜻 보기엔 하나 같은 그건 사실 원래 두 개였다.

근데 열심히 붙여놓은 그 두 등허리를 굳이 다시 아프게 떼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그건 쌍이랑 쌍이 만난 쌍쌍바가 아니라, 그냥 쌍쌍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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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말고 얼음


어느 날인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 있었다.

분명 수십 분 전까지만 해도 진한 검은색이었는데 엄마가 호로록호로록하고 나니 순식간에 갈색이 되었다가 마지막은 노란색이었다.

엄마한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엄마는 얼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가 너무 차가워서 다시 뱉어냈다.

내 손 위에 안착한 얼음은 핑크색이었다.

난 다음날에도 얼음을 보기 위해 엄마를 따라 카페라는 곳에 갔다. 그곳에서 얼음을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서 하염없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사장님은 냉장고 같은 것을 열더니 거기서 얼음을 꺼냈다.

거기서 얼음은 색이 없었다.

엄마, 얼음은 카멜레온 같은 거야? 아니면 달팽이 같은 건가?

엄마는 하하 호호 웃으며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얼음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나중에 커서 어른 말고 얼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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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쓰는 말이...


생존수영을 배워서 안 좋을 건 없다고 아빠가 그랬다.

아빠를 따라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웠다.

물 위에 몸이 뜨는 게 즐거웠다.

이제 어느 정도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되자 아빠는 나를 데리고 바다 수영을 갔다.

바닷속에서 아빠는 눈을 한 번 떠보라고 했다.

물안경 없이 눈을 어떻게 떠!

아빠는 내가 물속에 사는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디즈니나 지브리에서 봤던 것처럼 아름다울까? 내가 마지 인어공주가 된 것 같을까?

물고기는 또 얼마나 종류가 다양할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주 조금, 실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은 눈으로 본 물속 세상은 뿌옜다. 먼지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모르는 게 약이다인가, 아닌가. 아는 게 힘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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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지금 마치 다 이룬 것만 같다.

난 곧 이 게임에서 승리할 것만 같다.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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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만 있으면 괜찮다. 분명 나는 지금 고백을 하고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단꿈에 젖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로 나는 오직 너만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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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아이브의 REBEL HEART요."

"쿨의 아로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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