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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특별한 순간포착

by 문나인

청춘이라 정의되는 시간에는 희로애락이 극단적이다.

아픔도, 기쁨도, 두려움도, 설렘도. 모든 것을 새로 경험하는 것처럼 감정의 늪에서 늘 허우적대고 있다. 때로는 그래서 지친다고 눈물을 보이지만 그마저도 따뜻한 눈물이 한가득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돌이켜 볼 때면 그쯤은 아픈 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아프지 않아서 청춘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청춘이라. 떠올려보아라. 당신의 청춘은 어땠는가. 또는 어떠길 바라는가, 어떤가.

나는 청춘만큼 좋은 핑계도 없지 않냐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청춘이기 때문에 아파도, 아프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은 성립될 수 있다. 막연히 실패도, 성공도 거름으로 남는다는 걸 알고 나면 두려울 게 별로 없다. 지금 당장 아프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언젠가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면 좀 편해진다.


청춘이라는 단어는 상상하기만 해도 푸르고 생기 있다. 청춘이라는 건 영화 속 장면들 같다. 특별한 순간들만 모아둔 사진첩을 쭉 이어 붙인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기억에 남지 않는 날들도 있지만 그런 건 용량초과를 피하기 위해 버려두고 내가 원하는 순간들만 기록해 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기 어렵고 기호에 따라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

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준으로 청춘기록을 남기나요?


저는 감정을 새로 배울 때, 감정의 정도가 처음 닿는 높낮이일 때를 기록합니다. 제 전두엽이 자동으로 그런 것들을 분류해서 남겨주는 것이죠. 처음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새로운 감정, 혹은 새로운 느낌, 기분, 오감. 마치 부모가 아이의 첫 순간들을 모두 기록해 두듯이 말이에요. 그러면 사사로운 생각들은 자극적이고도 새로운 것들의 아래에 깊이 깔려버리고 말아요. 그러나 사사롭다 생각하는 그런 것들은 새로운 것들의 결합이고 융합이고 진정 '나'일지도 모르죠. 의식적으로 특별할 게 없는 것들에 의미 부여하려 해도 쉽게 놓쳐버리고 맙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다시 떠오르지도 않아요. 그러니 자동적으로 기록되는 특별한 순간들 외에 그 특별한 순간들의 점철로 이루어낸 '나'를 다시 특별히 기록하는 겁니다. 특별한 순간은 자연히 남고, 자연스러운 순간은 특별히 기록하고자 한다면 세상을 두 배로 풍족하게 살아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배로 충만해진 청춘의 기억들은 그때가 더 간절히 고프게 만든다. 그러나 청춘이라는 때는 언제를 의미하는가. 청춘은 그때를 떠올리는 순간 시작되지만, 끝은 아직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청춘의 끝은 없는 것이다. 이때가 청춘이지, 저 때가 청춘이지,라고 말은 해도 청춘의 끝은 언제냐고 물었을 때 지금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답은 천차만별이다.


계속 행복한 사람이고 싶거나 영원한 청춘을 믿고 싶다면, 혹 그게 여러분들이라면, 자연히 남는 특별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스러운 순간을 특별히 포착하고 남기어 청춘을 계속 이어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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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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